소꿉놀이를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 침대에 누워 쭉쭉이를 해달라기에
간단히 마사지를 하는 중에 손녀와 나눈 대화
손) 나는 짧은 여행 보다 이십일 넘는 긴 여행을 가면 좋겠어요.
할) 그렇게 긴 여행은 자유롭게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나 갈 수 있지
엄마 아빠처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긴 휴가를 내기가 어려워
요즘에는 결혼할 때 긴 휴가로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더라
그러니 너도 그렇게 긴 휴가를 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면 되지
할) 너는 어떤 남자를 만나면 좋겠니
손) 나는 멋진 남자가 좋아요.
할) 멋진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손) 키도 크고 휴가도 많이 갈 수 있는 착한 남자
할) 아 그래 그러면 그런 남자를 만나기 위해 네가 더 멋져져야겠는걸
손) 그런데 할머니는 아빠 키우기 힘드셨겠어요. 아들이라.
할) 왜?
손) 아빠는 좀 이상하잖아요. 화도 잘 내고. 나는 아들보다 딸이 좋아요
열 살 되기까지 남의 집에 맡겨 자랐기에 영유아기 교감이 적고
사춘기가 되면서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 의견조율이 되지 않음으로 겪게 된 갈등 후
바로 대학과 군대, 직장생활로 인한 독립으로 이어졌으니
부모 자식 간에 오붓이 나눈 사랑과 정 담긴 대화가 길지 않기에
손녀를 돌보게 된 9년 세월이 아들과 내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의 진행형이다.
그러다 보니 소통이 안 돼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손녀는 전적으로 할머니 편이다.
어린 소견이지만 아빠가 할머니에게 하는 퉁명스러움이
아들이라 그런가 하는 마음인 듯
불쑥 꺼낸 "할머니 참 힘드셨겠어요. 아들이라"
못 보고 모르는 듯 하지만 다 알고 나름으로 이해하면서 성장하고 있음에
'아이 앞에서 냉수도 못 마신다.'는 속담을
상기하면서
나부터 아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말투와 상황을 만들어 가도록 해야겠다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