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강하했다.
낮 최고 온도 영하 3도에 체감온도가 영하 13도라고 하니 찬바람이 심할듯하다.
모자 달린 패딩에는 따로 털 목도리가 필요하지 않으나
속에 입은 윗도리의 목이 휑한 듯 보여, 작은 스커프라도 두르는 것이 좋겠다 싶은데
급히 찾으니 눈에 띄지 않기에 넓적한 손수건을 꺼내 보이며 목에 감고 가라고 하자
펄쩍 뛰면서
'아이고 할머니 이건 할머니 패션이잖아요.' 하는
표정과 말투에서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이, 속에 감고 가는데 아무 색깔이면 어때'라고 하자
'그건 아니죠' 하고는
목까지 지퍼를 올리면 되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문밖을 나선다.
바람이 목으로 들어오면 감기는 영낙없이 건린다는 어른들 말씀을 듣고자란 터라
겨울이 되면 목폴라를 즐겨 입던 습관이 있어 그리 하려는 것인데
패션을 먼저 생각하는 손녀의 거부에서
아이는 이런 것에서 지나친 간섭을 느끼겠구나 싶어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다시 손수건을 보니
희꾸무리한 바탕에 아주 선명하지도 않은 꽃무늬가 영락없는 노인의 취향이라
싫어할 만도 하네 싶어 다시 웃음이 나오면서
며칠 전 TV드라마에서 보았던 IMF 시절의 영상 속 사람들의 옷차림을 떠올려본다.
1990년대 말이니 벌써 30년 전
모두가 어려웠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처절한 경제투쟁으로 힘들기는 했어도
그려려니 하면서 살았는데
다시 보는 그 시절, 도시 풍경은 물론
성인들 복장이나 아이들 옷차림이 왜 그리 후질그레한지
고단함을 이겨낸 대견함과 함께, 요즘 사람들의 밝은 표정과 등굣길 어린이들의 고급진 외투 등에서
세 번도 더 바뀌었을 강산만큼 벌어진 세대 간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고
변하는 세대 달라진 패션에도 관심을 가지는 노인이 되어야겠다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