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는데

<사진 카카오 쇼핑에서 퍼왔습니다>

by 자겸 청곡

"할머니 패션이잖아요"에 댓글주신 선생님의 이야기 중

겨울에는 보온용 해드폰을 착용도 한다는 말씀에 아주 오래전

해드폰 기억을 떠올리며 적어본다.


신혼 초에는 서산에서 근무를 했기에 남편과 떨어져 살다가

전근하면서부터 오산 부대를 시작으로 퇴직을 한 지금까지도 평택에서 거주하는 중인데

지금은 인근 도시를 통합해서 평택시가 되었지만 예전 송탄은 어엿한 시청이 있던 소도시였다.


일찍부터 미군 문화가 유행한 지역으로 정문 앞에 일 자로 길게 난 도로에는

튀김과 햄버거를 파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있고

도로 양 옆에는 양복을 비롯해 이불 담요 가방 등등의 물품을 파는 샵이 늘어서있는

군부대를 끼고 발전한 도시로 (지금은 평택 송탄 고덕 산업단지가 있고 삼성반도체 공장이 들어와 산업도시가 되었다.)


남편이 전속을 가고 처음으로 서산에서 면회를 왔을 때 본 낯선 풍경이 아직도 눈에 살아있다.

면회 신청을 하고 면회소 내에서 기다려야 하지만 잠깐 구경도 할 겸 면회소 밖을 어슬렁 거리는데

부대 안에서 한 무리의 미군들이 소란스럽게 나왔다.

장병들이니 모두 젊은 청춘들이라 목소리도 크려니와 한쪽 어깨에는 커다란 카세트 플레이어를 둘러메고

머리에는 귀마개처럼 보이는 헤드셋을 끼고 몸을 움칫 대며 걸어 나오는 폼이

바다 마을에서는 볼 수 없던 신문명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마 이 시기 1980년대 초는 이미 마이클 잭슨의 음악들이 히트를 칠 때였는지

그 시절로 올라가 생각해 보면 움칫 대는 모양이 '빌리진'에서 보이는 어깨 허리 다리가 각기 노는 듯 흐늘거리는 몸 짓이었던 것 같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둘러메고 흔들거리는 모습보다, 그때는 귀에 꽂고 다니는 이어폰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이후 전근과 함께 송탄에 거주하게되면서 아들이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니 자연스레 겉멋이 들을 수밖에


그때는 역사 교사라는 자의식이 지금보다 많이 컸었는지, 미군 부대 근처에 살면서 보고 듣는 환경을 미국의 저급문화라 여기며 그 문화 현상을 따라 하려는 사춘기 아들을 구박하던 옛날이 생각난다.


이제는 해드폰이 상용화돼서 손녀도 귀마개 같은 커다란 해드폰이 있어서 빌려 쓴 적도 있고,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는 손녀나 그 시절 카세트플레이어 둘러메고 커다란 해드폰 끼고 춤추며 다니던 군인들이나 다를 바 없음에 웃음 나오는 것에 더해

40년 전 신기해보이던 커다란 헤드폰이 보온을 겸비한 이중 용도로 사용된다 하니 돌고 도는 유행을 또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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