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마트에서 몇 가지를 주워 담고는 최대 용건인 저녁 메뉴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던 마트 바로 옆 족발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는 것은 그 메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네의 웬만한 포장 가능한 메뉴들은 번갈아 회전해 왔었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렇지 않다 그 사실보다 그저 '새로운 메뉴다'라는 사실에 솔깃해져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막상
집으로 - 거의 처음 입성한 - 족발은 내가 봉지를 뜯을 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바닥의 메인 메뉴로 가기까지 끊임없이 모양과 크기도 다양한 일회용품들이 - 조금 과잉해서 표현하자면 - 쏟아져 나왔다.
대충 세어보니, 뚜껑 포함 20여 개.
이상하게 식욕과 입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별로.
몇 점들 먹고는 각자의 핸드폰 세상으로 곧장 들 들어갔다. 식탁 위에 남은 건 지구에 대한 불법을 저지른 아니 만행을 저지른 것만 같은 널브러져 있는 흰색 일회용품들뿐이었다. 메인 요리인 족발은 반도 환영받지 못한 상태로 뼈를 내놓은 채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지구의 오염 상태는 끓는 냄비의 뚜껑에서 국물이 조금씩 새어 나올 정도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 아닌가 싶다. 분리수거는 공들여하는 편이지만, 문득 어떤 전 대통령의 말대로 자괴감 비슷한, 회의감 비슷한 게 가끔 올라온다. 대기오염을 줄인다는 평으로 호평받는 전기차도 막상 폐차 시 밥상만 한 배터리가 또 골칫거리라니 말이다.
캠페인에서 분리수거를 어떻게 하라고, 웬만하면 1회 용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기업에서도 라벨을 쉽게 분리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을 많이 만들기도 하고는 있지만
기업들의 그 수많은 공장들이 일제히 멈춤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에어컨을 죄다 끄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자동차를 다 버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 환경이 나아지리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다는 우중충한 예상이 들었다. 이미 세계 곳곳에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한계에 다다른 통증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작은 약물을 마시고 나면 제각각 동물로 점점 변해가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성공했다면 지구에는 - 나를 포함 - 환경을 유일하게 훼손시키는 존재인 인간은 모두 사라지고 동물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길을 걷다가 색이 다른 경이로움에 찍었던 사진, 이때도 한동안 분리수거에 회의감이 들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