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나는 방법

이른바 개똥철학 나부랭이

by 이녹


나는 부지런한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 그렇다고 부지런해지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 이번 브런치를 처음 발행하면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구독한 작가들의 글이 알람 소리를 내며, 올라올 때마다 무언가 끄적이기를 해야겠구나, 그리고 직장 동갑내기 친구의 한동안 소식 없는 다음 글에 대한 안부가 있을 때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끄적여야지..... 마음은 간절하다가도 만성피로감 앞에서 쉽게 허물어지곤 했다.


한 가지 이유인지, 변명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또 있긴 했다. 앞서의 글들이 내 허약하고, 못나 보이고, 한심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비밀리에 누군가에게 조용히 얘기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우연히 넘기다가 읽을 수 있는 곳에 털어놨다는 것이다. 물론, 지인들을 제하고는 모르는 사람들이니 별반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친구들과 지인들이었다. 글을 읽고 나서, 다른 시선으로 나를 대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위인전과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을만한 이야기를 쓰면서 해저 깊은 곳에서 곪아있던 무거운 돌덩어리들이 조금씩 부서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부서진 것은 좀 더 개인적 과거의 시간에 이미 있었고,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과 발행을 하면서 돌덩어리들은 자갈이 되고..... 조용히, 모래가 되고...... 햇살 아래서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는...... 환상에까지 임하기에 이르렀다.


또 세 번째는, 지난 과거의 우울한 모습들과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중충한 글에서 분위기 전환하기가 머뭇거려졌다. 어쩌면 <스펀지밥>에 나오는 징징이 같기도 하고, <인사이드 아웃>에 나온 슬픔이 같은 끄적임에 그만 멈춤 하고 싶었다. 누구나 아픈 상처들을 껴안고 살아가는데, 혼자 피해자 모드인 것도 방향 전환의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홈쇼핑 방송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요란하고, 정신없기 때문에. 언젠가 눈에 띄는 의류가 있어서 잠깐 시간을 할애해 본 적이 있는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카톡 상담글에 시선이 멈췄고, 오랫동안 나를 묶.어.두었던 씁쓸한 마음이 들어 낯설지 않았다.

"제가 50대인데, 이 옷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요?"

타인의 시선에 의미를 두는 것이 자신의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하등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쩌면 수십 년을 무언가를 행할 때, 남들의 시선이 어떨까를 1순위로 두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뭐랄까? 사실 요즘 나는 행복하다. 전에 없이. 진짜 숨 쉬고, 살아있다는 기분을 자주 만끽하고 있다 할까? 어설프게나마 앱을 통한 명상이 <특히, 호흡이나 소리명상 보다 걷기 명상이 큰 도움이 되었다> 조금 익숙해지면서 생긴 변화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을 다 해주려 한다. - 30여 년 넘게 나를 미워했던 것에 대한 사과를 어른이 된 내가 이제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 생일인 사람이 없는데도 맛나 보이는 케이크를 사기도 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섬에 혼자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마음이 헛헛하고 복잡해져 혼자 있고 싶어질 때는 약간의 돈을 들여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한다.

나 자신과 가까워지자, 하고 싶은 일들이 또는 해보고 싶은 일들, 배우고 싶은 일들이 봇물 터지는 것을 느낀다. 반백년을 살고서야 - 아니, 버티며 그럭저럭 살아내고서야 - 삶의 유한성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버킷리스트도 만들어가고 있으며, 천천히 기쁜 마음으로 한 가지씩 해나가는 중이다. - 브런치 작가 되기도 그 목록 중 하나였다.




길에서 나비를 만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그 가벼운 날갯짓을 한동안 보게 된다. 오로지 날갯짓에만 몰입해 있는 한없는 가벼움이라니....... 나비가 앞에서 불어오는 살짝 강한 바람에도 의외로 방향을 바꾸지 않고 그 바람에 맞서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고는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저 나비처럼 날 수 있을까?


언젠가 스카이다이빙 세계 1등을 했다는 어떤 여자(소녀처럼 보였다)의 동영상을 봤었다. 드넓은 하늘바다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본인의 자유로운 몸짓으로 빙글빙글 돌고, 위아래로 방향을 바꿔서는 마치 날아다니는 새처럼 아니 나비처럼 한없이 가볍게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충격이었다고 할까? 거기에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 "자유로움"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동영상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고 가끔씩 보고 있다. 버킷리스트에 <스카이다이빙>도 넣을까?

나비에게서 나는 방법을 좀 더 배워보고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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