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책을 두세 권 넣어 간다. 가져가서 책을 펼쳐보지 못하고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막상 가져가서 읽으려 해도 쉽게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없다. 집에 와서 책을 여러 권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엎드려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잘 안 읽어지면 노란색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는다. 띄엄띄엄 읽다가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멈춘다.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재빨리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볼펜이 있다면 표시를 해 놓는다. 유영만 교수님 말씀으로 표현하자면 우발적 마주침이 색다른 깨우침을 주는 순간이다.
여러 권을 돌려가며 읽다 보면 지루함이 덜하다. 하나의 책을 너무 오랫동안 보다 보면 새로움이 덜하다. 그때 다른 책을 읽으면 새롭게 문장들이 들어온다. 뇌는 새로움이 들어오면 긴장을 하게 된다. 자꾸만 새로움을 주어서 색다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여러 책을 돌려보다 보면 이 책의 내용과 저 책의 내용이 통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럴 때 묘한 즐거움을 느낀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글을 쓰면 글쓰기가 수월하다.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마음껏 읽어야 한다. 글을 쓸 수 있을 때 마음껏 써야 한다. 깊이 읽어야 내 안의 생각과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 새로운 창조물로 나타난다. 쓰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잘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오히려 무엇이든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 든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여러 책을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 어떤 부분은 씹어 먹듯 읽기도 한다. 체득하며 읽은 부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오랫동안 간직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다.
읽기를 반복하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낮은 시선과 좁은 안목에서 세상을 바라봤다면 책을 읽은 후에는 높은 시선과 넓은 안목에서 삶을 보려고 한다. 높은 곳을 가려고 해야 높은 시선을 갖게 된다.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심각한 것은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착각하는데 정작 자신은 모른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타인에게 충고하거나 강요하는 것이다.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함부로 타인에게 충고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을 버릴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썩지 않는다. 고여 있는 물이 되기보다 새로운 물을 받아들여 더러운 물을 내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