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석민 Jan 31. 2024

삶이 무료하다니요

1월 직장에서 보직이 바뀌었다. 부서를 옮긴 후 매일 9시까지 야근을 한다. 가끔은 일에 매여 있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생기지만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도 나를 위한 시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갖는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영양제와 같은 이로움을 준다.


퇴근 후 나는 책을 읽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것이 독서다. 독서는 내게 사유하는 힘을 준다. 생각이 확장되고, 깊어진다. 책을 읽는 것은 비싼 돈을 주고 멀리 떠나지 않고 집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책을 읽는 것은 곧 여행이다. 여행을 가면 낯선 곳에서 반응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문장에 반응하는 나와 만난다. 내 내면의 깊은 곳을 마주하게 된다. 일을 하는 시간이 길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무기력하고 권태에서 벗어나는 힘을 준다.


무료함과 나태함에서 나를 구출하는 또 다른  필사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손에 잡히는 책을 한 권 든다. 책을 펼치면 만나는 문장에서 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그 문장은 손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동안 나는 작가의 의도에 빠져든다. 깊이 이해하고 나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우주와 만난다. 그때의 생동감은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해내었다는 뿌듯함도 행복이다. 아무리 힘들고, 시간이 없더라도 반드시 해내는 성취감은 매력적이다. 필사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필사로 삶의 통찰을 마주할 때 행복하다.


글쓰기는 나를 성찰하고 사유를 다채롭게 하는 행위이다. 글을 쓰면 내면의 깊은 속에 닿는다.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글을 쓰면서 풀어낼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는 단어들과 문장이 뿜어져 나온다. 글쓰기의 매력이다. 글쓰기는 나를 풍요롭고 감미로운 사람으로 만든다. 생을 직시하고 직격하고 삶을 꿰뚫는 날카로움을 가지게 된다. 글을 쓰는 시간을 지키면 나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글쓰기는 몸 안에 저장된 것들, 열정, 고통, 즐거움, 평온함을 만나는 시간이다. 바깥에 있는 충격, 슬픔, 아픔 등이 몸 안으로 들어가고, 글을 쓰면서 깊은 성찰로 다시 세상에 나온다. 글쓰기는 창조하는 일이다. 과거의 똑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색다름과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일이 글쓰기다.


책을 읽는 것, 나의 마음에 닿은 문장을 되새기는 행위, 외부의 자극과 내면의 반응이 만나는 글쓰기. 세 가지 습관은 나를 새롭게 만드는 활력이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지만, 똑같은 것을 반복하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변하고, 필사를 하면서 달라지고, 글을 쓰면서 성장한다.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체득한 것을 밖으로 배설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무료함이 내게 올 수 없다. 하루를 색다르게 사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삶을 예술처럼 살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