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아니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5월 6일 대체 공휴일이었다. 나는 휴일이라 늦잠을 자는데 꿈을 꾼 것이다. 현재 상사도 아니고 1년 전 상사가 꿈에 나타나 일이 추진이 되지 않으니 자신이 하겠다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꿈이 현실처럼 생생하여 그만 눈이 떠져 버렸다. 직장에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 꿈에 나타난 것이다. 직장의 일이 무의식적으로 내게 작용한 것이다. 휴일이 끝나면 적어도 일이 진행될 정도의 보고서가 나와야 했다. 평일처럼 아침 아홉 시에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침과 점심도 먹지 않은 채 해야만 할 일 하나에만 집중했다. 내 계획은 4시간 안에 일을 완성하는 거였다.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오후 4시가 다 되어 퇴근할 수 있었다. 휴일에 일터에 나간 것이 억울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공원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호수 물 위로 오리가 미끄러지듯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문득, 오늘 일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일이란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하나를 끝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비록, 휴일에 출근해서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일을 시작할 때는 미래의 모습을 현재로 연결해야 한다. 완결된 상태를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한다.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말이다. 일시, 장소, 사람, 이유, 방법, 장면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야 한다. 목표 시점에서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략을 세워보는 일은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우리가 회의를 하기 전에 회의할 때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는 일이 현재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기 위함이다. 미래와 현재를 연결하는 힘은 바로 미래 시점을 현재로 가져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에게 주문을 거는 일이다.
일을 하면서 사고의 각도를 달리하기 위해 질문을 정리해 봤다. 첫째, 5월(매월)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리스트업 하기. 둘째,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 해야 할 일의 기한을 정하기. 셋째, 실행하기. 마지막으로 각자의 업무와 생각, 아이디어 등은 서슴없이 공유하기. 우리는 주어진 자극에 반응하는 일을 하는 데 익숙하지, 스스로 질문해서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 질문은 하지 않는다.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다.
경험했던 일은 일의 방향을 잡고 처리하는데 수월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일은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때 질문을 해야 한다. "해결의 목표는 무엇인가?", "도출해야 할 결과물은 어떤 것인가?", "비교 대상이나 유사 케이스가 있는가?", "기한은 언제까지인가?",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는가?", "계획은 얼마나 구체적인가?", "미래 시점에서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열된 생각을 덩어리로 묶는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중언부언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쓰고 있는 보고서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내가 결정권자라면 나보고 무얼 결정하라는 것인가?", "나보고 이 보고서의 행간을 읽고 해석하라는 것인가?" 이렇게 질문을 적어보고 답을 찾아본다면, 현재 나의 관점과 각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일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 일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경영자이자 혁신가로 알려진 휴렛팩커드의 전 CEO 맥 휘트먼은 "시시한 일은 없다. 시시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시시한 건 일이 아니다. 시시하다고 여기는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럴 때 자신감 있고 가슴 뛰게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