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필자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제42회 HRD 콘테스트에 경기도 대표로 참가했다.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100페이지에 달하는 서면 자료와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막막함과 부담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HRD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필자는 자료 구성부터 막혔고, 전문 용어와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필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연구팀 팀장님과 팀원들은 마치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서 주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자료 분석부터 논리 전개, 발표 연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특히 교육연구팀장님은 필자가 작성한 서면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며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고, HRD 핵심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또한, 발표 연습 때는 20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56페이지의 PPT 자료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발표 속도, 내용 구성, 시선 처리까지 세심하게 코칭해 주었다.
얼마 전 이정동 교수의 책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개미의 페로몬 축적과 길 찾기”라는 글을 읽었다. 개미들이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페로몬을 조금씩 뿌리는데, 처음에는 긴 경로로 다니던 개미들이 점차 짧은 경로로 더 많이 지나다니게 되고 페로몬의 농도가 짙어지게 되면서 최단 경로가 선택된다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의 경험이 기록되고 축적되어 확산되고 전수됨으로써 기술이 진화한다는 의미이다. 조직 안에서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업무담당자가 경험한 시행채오가 다음 담당자에게 인계되지 않으면 가까운 길을 놔두고 먼 길로만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이 조직의 발전을 가져온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공진화 전략”을 제시했다. 공진화라 함은 생태계 안에서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듯, 비즈니스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하나의 ‘공진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공진화의 최종단계라고 말한다. 나와 상대를 구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개인과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서로 협력하고 공존해야 한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공진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구글은 최고의 팀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팀의 성공을 이끄는 5가지 핵심 요인을 도출했다. 바로 심리적 안전, 신뢰성(팀원들이 서로에게 맡겨진 업무를 제시간에 완료할 것이라고 믿는 것), 구조와 명확성(팀의 목표와 역할, 그리고 계획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 업무의 의미(팀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영향력(팀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다. 특히, 팀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질문하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환경인 “심리적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필자는 이 5가지 요소들이 HRD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저는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꼈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협력했다.
기술의 혁신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과 번영을 위한 우리 사회의 각 분야의 상호연결성은 더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성장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HRD 콘테스트에 참여하여 느낀 바는 결코 혼자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가며, 발전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