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고의 힘: 어둠 속의 질주, 그리고 깨달음
완주에 있는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늦은 저녁, 셋이 회사 차량에 올랐습니다. 아직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분이 운전을 맡았습니다. 가는 길은 햇살 좋은 가을날이라 운전하기 수월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밤길이었습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운전자가 "라이트가 좀 약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차가 오래되면 라이트도 어두워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곧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뒤따르는 차들이 하나같이 상향등을 번쩍이며 위협 운전을 하는 겁니다. 어떤 차는 마치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슬아슬하게 추월해 갔습니다. "요즘 난폭 운전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우리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세종 근처에 있는 정안휴게소에 도착해서야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라이트를 확인해 보니, 켜져 있지 않았던 겁니다! 출장지에서 다른 분이 운전을 했었는데, 라이트를 끄고 오토 모드로 설정하지 않았던 거죠. 그제야 우리는 뒤차들의 행동을 이해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어둠 속을 질주하는 스텔스기처럼 위험천만한 우리 차량에 라이트를 켜라고 알려주려 애썼던 거죠.
우리는 왜 뒤차들의 행동을 오해했을까요? 왜 그들의 호의를 적대감으로 받아들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이었습니다.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에 소개된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 <장소의 논리>가 떠올랐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원을 중심으로 "저기", "여기", "거기"라고 외치는 행위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줍니다. 우리는 "원 안"에 갇혀 우리만의 시각으로 상황을 판단했던 것입니다. 뒤차들의 입장, 그들은 눈에서 저희가 얼마나 위험해 보였을까요?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아이와 침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거실에서 바라본 침대는 "저기"이고, 방 안에서 보면 "여기"이며, 방을 나가 뒤돌아서면 "거기"가 된다고 말이죠. 아이는 사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어디에서 어떤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에 신기해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뒤차들의 행동을 오해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정보와 마주칩니다. 하지만 고정된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사고는 맥락을 이해하고 원활한 소통과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이제 저는 "유연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상사의 눈, 동료의 눈, 시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서 볼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려 합니다. 유연한 사고는 저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라이트처럼 말입니다.
"유연한 사고"는 밤길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헤드라이트와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도로를 안전하게 나아가기 위해, 오늘부터 "유연한 사고"의 등불을 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게 바로, "유연한 사고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