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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Sep 19. 2024

나는 마이크로매니저이다

일터에서 팀장이 팀원에게 어디까지 관리를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일의 진행 상황이 궁금해서 수시로 물어본다거나 팀원에게 의견을 묻지만 팀원들이 의견을 잘 내지 않을 때도 있다. 팀원들의 사소한 업무를 시시콜콜 지적질하고 싶지  않지만, 팀원들의 업무를 챙기지 않으면 어김없이 상사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실수 없이 또는 지적질을 당하지 않으려고 완벽한 결과를 내기 위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게 된다.


나는 마이크로매니저이다. 팀원에게 일을 맡길 때 '어떻게' 할지까지 정리해서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름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하고 제때에 맞춰 일이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 팀원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팀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팀장의 의견으로 진행되거나 팀원들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의는 의미가 없어지니 횟수가 줄어들고 소통의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렇게 하면 성과는 높을 수 있겠지만, 조직 문화는 병이 든다.


우미영 작가의 책 <리더는 항상 옳다>에서는 마이크로매니징은 팀원들을 얼어붙고 경직되게 만든다고 말한다. 지시와 지적만이 있고, 살아 있는 생생한 피드백이 보이지 않는 조직에서는 팀원들이 업무 추진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어도 '괜히 잔소리만 듣게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않고 보고조차도 꺼려하고, "급기야 조직 전체가 '시키는 일만 잘하자'는 보신주의와 매너리즘에 빠져 리더의 눈치만 보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팀장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직문화는 팀원이 스스로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일의 주체가 되는 모습이다. 자율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며 일의 전체 모습을 그려보고 각 부문별 역할을 정의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조직의 문화를 꿈꾼다.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이 점이 팀장으로서 고민이다. 팀원의 자율성과 개입의 정도를 어디까지 해야 적정한 것인지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팀장은 과제를 부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미영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은 '세세한 과정보다는 결과를 말하라 조언한다. 예상되는 결과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팀원이 자율적으로 일을 이끌 수 있도록 여백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결과를 기대합니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라는 것이다.


마이크로매니징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정리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상기해 보자. "지금 어떤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보다는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왔을까요?"라고. 일의 세세한 경로를 그려주기보다는 팀원이 스스로 재량권 범위 내에서 자기 주도성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자. 2009년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의 문화: 넷플릭스 컬처 데크'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문화의 일곱 가지 측면이라는 주요 항목 중에 인상 깊은 항목은 "통제보다는 일의 맥락을 전달", "자유와 책임"이었다.


팀장과 팀원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팀원의 업무 방식과 의견이 반영되는 조직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팀원을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대해야 한다. 팀원을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대해야 한다. 조직의 성공은 조직원이 뭘 하느냐가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팀원의 자유와 책임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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