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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Dec 01. 2022

더 성숙한 인간으로 가는 여정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미래혁신경영학과 학과장님께서 학교 밖으로 나와 시청에 오셔서 특강을 해주시고 입학 설명도 해 주셨다. 특강 후에는 재학생의 후기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발표를 하겠다고 지원했다가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못한다고 했다. 학과장님께서 직접 오시는데 안 가볼 수가 없었다. 발표를 하겠다고 다시 양해를 구하고 준비를 했다. 주말에 집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만 어떻게 발표하면 좋을까 생각을 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00시부터 3시 30분까지 발표 내용을 PPT로 정리했다. 횡설수설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월요일 14시에 업무상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15시 30분이 되었을 때 잠시 양해를 구하고 5층 대회의실 설명회 자리로 갔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있어서 놀랐다. 학과장님 특강을 듣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다. 내 발표 순서는 2번째였다. 발표의 목적은 사내대학원 입학을 독려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제로 했다. 평소 읽은 책의 구절을 인용했다. 첫 페이지는 '인생 최고의 여행은'이라고 제목을 부쳤다. 이유는 인생을 살면서 최고의 여행은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되는 내일을 위해 개척하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니체의 말>의 내용을 인용했다. 사내대학원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새로운 목표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그저 여정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쇼핑만 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풍경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가장 최고의 여행은 만남과 체험을 통해 자신의 업무나 일상에 살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이다. 사내대학원은 인생 최고의 여행을 하는 여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면서 목적지를 향해 갈 때 옆으로 빠지지 않고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길을 찾아가려 한다. 장동선 뇌과학자의 말씀을 인용하면, 불확실한 상황 속에 가장 빠른 지름길은 탐험이라고 했다. 탐험을 통해 빙 둘러 가더라도 어쩌면 그 길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가장 빠른 길이 정답이 아닌 세상이 왔다. 대학원이라는 도전이 가장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정답만 찾기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사고의 전환을 배울 수 있다. 현상에 대해 해석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다양한 사고와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장표에는 '애벌레의 선택'을 이야기했다. 권오현 작가님의 <초격차>에서 인용했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이유는 나비가 되기 위함인데, 변신을 멈추면 살이 토실토실하게 찌어 날아다니는 새에 가장 먼저 잡혀 먹히게 된다는 내용이다. 변화해야 하는 이유의 근거다.



  세 번째 장표에는 '나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을 말했다. 정재승 작가님의 <열두 발자국>을 인용했다. 뇌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쉽게 바꿀 수 없다. 바꾸기 어려운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환경에 놓는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은 우연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도전하라는 의미였다.



  네 번째 장표는 나에게 사내대학원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이야기했다. 변화하고 싶고,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성숙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최인아 책방 마님의 강연 중에 어떤 선택을 할 때 선택의 기준을 현재 나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으로 삼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 깊숙이 파고 들어가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치는 순간까지 가서 결정해야 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내대학원의 선택을 유리하고 불리한 것으로 기준을 삼지 말고 본질적인 질문으로 접근하기를 바랐다.



  다섯 번째 장표에는 사내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떠올렸다. 공무원이 똑똑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이 똑똑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발 빠른 제도적 지원을 담아내야 한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있다. 성숙해져야 한다. 나에게 유리하고 불리함 이전에 옳고 그름을 봐야 하고, 현상을 보기보다 현상 속에 숨겨져 있는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사내대학원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랐다.




  발표의 목적은 설득이었다. 마음을 움직여야 했다. 발표 내용이 아무리 좋고, 말하는 기술이 현란할 지라도 진솔하지 못하면 안 된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진심이다. 진심은 통한다. 표면적 이유보다 본질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사내대학원을 입학해야 하는 이유는 변화와 성장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 '성공'과 '행복'이다.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도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 성공도 중요하지만 성공보다 성장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선택한 것이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가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가치가 있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우선으로 하면 좋겠다.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내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내게 어떤 영감을 가져오게 하는 지를 찾아보자.


  사내대학원 발표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PPT를 만들고 말을 하면서 내면 깊숙이 있던 막연한 생각들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 그리고 글로 써보는 것은 3가지 과정마다 깊이가 다르다. 생각한 것으로 전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말로 한 것을 글로 온전히 옮길 수 없다. 사내대학원 발표는 타인을 위해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나와의 마주침이었다. 더 성숙하고 나은 인간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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