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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Dec 31. 2022

12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평소 아들아라는 말을 잘하지 않았는데, 아들아 부르니 뭔가 가슴이 뭉클하다.

아들아 너는 1월 1일에 태어났지.

엄마의 진통은 12월 31일 저녁때부터였지.

아빠 회사일 때문에 참고 있다가

너를 낳기 위해 12월 31일 00시부터 다음날 1월 1일 11시까지 진통을 계속했었단다.

아빠는 엄마 옆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었데. 지금도 혼나고 있고.


아빠는 네가 처음 태어난 날을 아빠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 검은색 머리카락이 다른 아이에 비해 많았단다.

눈이 엄마를 닮아서 컸었지. 유난히 진한 검은색 눈동자는 빛이 났다.

태어나자마자 너는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갔었지.

배에 아직 근육이 형성되지 않아서였어.

7일 동안 있었었지.

엄만 네가 보고 싶어서 힘들어했단다.

그런 네가 건강히 자라나 벌써 12살이 된다니,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단다.


그런 너는 7살 때까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곁에서 엄마와 함께 있었지.

외할머니가 너를 정성스럽게 키워주셨어.

아빠는 아기였던 너를 목욕시키는 것도 안 해봤던 거 같아.

그러다 보니 아빤 너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너는 말을 늦게 시작했었어.

4살이 다 되어서 했던 것 같다.

아빤 네가 말을 늦게 해도 걱정하진 않았었어.

엄마, 아빠란 단어보다 '버스'란 단어를 먼저 했었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단다. 버스라고 처음 말했을 때를 말이야.

버스가 엄마, 아빠보다 좋았었을까?

차 모양만 봐도 무슨 차인지 알아맞혔던 너였지.

국기로 나라이름 맞추는 것도 참 잘했단다.

지리적인 감각이 뛰어났었지.

어디를 가도 금방 길을 알아차렸으니깐.


유치원에서 운동회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엄마를 업어야 했는데, 아빠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지.

엄마는 많이 민망했을 거야.


유치원 버스를 타면 항상 첫 번째로 타야 했던 너였지. 네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야 했고.

어쩌다 늦어서 첫 번째로 못 타는 날에는 울고불고했었다고 할머니가 말해줬단다.

꼭 1등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너는 첫 번째로 하는 것을 좋아했나 봐.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참 대견했었지. 입학식날 노래도 참 잘 따라 불렀었지.

처음으로 스키장에서 보드를 탔던 너. 감동이었지.

그러던 네가 벌써 6학년이 된다니, 실감이 나질 않는구나.


코로나19로 잃어버린 2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질 못하고 집에 있을 때 아빠도 회사에서 장기교육을 갔었지.

아빠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했었지.

너희들 밥을 챙겨주고 설거지하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너희들에게 화를 많이 냈던 아빠였지.

참 못났다. 그렇지?

너희들은 그때 아빠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많이 당황했었을 거야.

그 뒤 아빠의 별명은 짜증쟁이가 되어 버렸어.


코로나19 이전에는 핸드폰 보는 것을 두려워했던 너였어.

아빤 핸드폰을 봐도 좋다고 생각했었어. 왜냐하면 아빤 네가 디지털에 친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거든.

아빤 네가 핸드폰의 사용을 스스로 조정하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공부하는 네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 생활도 잘하고 있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서 참 좋단다. 역시 아빠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아빠 친구도 없는데 말이야.


역사를 좋아하는 너를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역사에 흥미가 있어 아빤 기쁘단다. 시대 흐름을 읽고, 역사 속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거울로 삼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너는 한자를 참 좋아하지. 마법천자문 책을 전체 다 보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것을 봤단다. 참 대견하고 대단하다 생각했었어. 아빤 그렇게 하질 못했거든. 책을 보면서 무언가 깨달은 점이 있을 거야. 독서노트를 써 보는 건 어떤지 생각해 본다. 지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쓰면 엄청난 높이로 쌓일 것 같은데? 한번 도전해 봤으면 해.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단다. 웅크려 있던 토끼가 뛰어오르면 더 높이, 더 멀리 간다고 한다. 토끼가 점프하듯 더 큰 꿈을 갖고 높이 뛰어오르는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으면 좋겠고, 새로운 것도 더 많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


2023년에 아빠도 화내지 않고, 아들이랑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함께 가는 기회를 갖으려고 해.

건강하고 행복한 아들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사랑한다. 아들아.


- 2022. 12. 31.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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