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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Mar 12. 2023

좋은 공무원의 기준

  네이버 브랜드 경험 기획을 담당하는 김도영 작가의 저서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의 1장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 부분을 읽었다. 네스프레소의 광고에 쓰이는 What else? 에 대해 작가는 유연함 속의 강인 함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네스프레소 광고 문구인 What else? 에 대해 ‘충분하다’로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충분하다는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는 뜻으로 나온다.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는 의미를 다시 읽어보면 당당함과 넓은 마음으로 보듬는 포용력이 느껴진다. 좋은 원두를 쓰지만 크게 내세우지 않고 생산 농가와 상생하는 기업가 정신, 커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특별하게 제공하는 자존감이 네스프레소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자존감이란 고유함이라 생각한다. 다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하고 깊고 고유한 향기 같은 것 말이다.


  불현듯 그렇다면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듯이 공무원에게도 공무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이 처음에 임용되면 공무원 헌장을 읽는다. 매월 월례 조회에서도 선서한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고 조국의 평화 통일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이에 굳은 각오와 다짐으로 다음을 실천한다. 공익을 우선시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 행정을 구현한다.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 대통령 훈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 헌장」이다. 헌신, 봉사, 공익, 투명, 공정, 책임, 창의, 전문성, 다양성, 민주 행정, 청렴, 규범, 상식 등이 주요 키워드다. 쉽게 다가오는가? 물론, 매월 월례 조회에서 선서문을 낭독하는 것을 듣다 보면 불현듯 가슴속에서 뭉클함이 끓어오를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무덤덤할 것이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공무원도 '네스프레소'처럼 높은 수준의 자질이 있으나 자랑하지 않고, 내세우지 않는데, 남다르면 어떨까? 자존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기준이 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특별함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좋은 공무원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을 적어본다.


  첫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공정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매 순간 현재의 나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타협하고 싶은 순간에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정책이 실현된다면 수혜를 보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유사한 정책은 살펴보되 다름을 추구하면 좋겠다. 현재 자신에게 유리하고 불리하므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냉철하게 목적을 바라보고 본질에서 판단의 기준을 삼는 사람이면 좋겠다.


  두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사람이다. 조금 귀찮아도 정책이 처음 어떤 배경으로 나타났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앞으로 어떻게 가면 되는 지를 살펴보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근거가 되는 법규와 지침 등을 살펴보고, 유사 정책들을 수집하고, 비교하며, 분석한 후 나만의 특별함을 넣어보면 어떨까? 업무 수행 과정에 일어나는 일들을 문서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훗날 질문하지 않아도 생산해 낸 문서만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세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진실함을 지닌 사람이다. 감언이설로 순간순간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기응변식의 대응은 좋지 않다. 깊이 있고 흔들림 없는 사고로 일을 하면 좋겠다.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런저런 사정을 모면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으면 좋겠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하며, 적절한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계층제 구조에 억눌려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지는 말자.


  네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일의 방향성 아는 사람이다. 일에 대한 애착과 맥락을 알아내려는 감각 있는 공무원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결정한 일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는 공무원이었으면 한다. 시키는 일만 하려는 태도는 안 좋다. 새로움을 찾아내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을 배운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자. 매 순간 배우는 자세와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배우고 학습하는 사람이다. 경력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래 했다고 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세상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겸손해야 배울 수 있다. 배우는 자세는 좋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본이다. 학습한 것은 꼭 일에 적용해 보자. 그래야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었을 때 더 확장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공문서를 작성하더라도 기존의 자료를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말자. 글씨체 바꾸고 색을 바꿨다고 새로운 보고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앞서 만든 문서라도 다시 보면 새롭게 바꿔야 할 부분들이 있다. 배우는 자세는 자존감 높은 공무원의 절대적 기준이다.


  여섯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자기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다. 현재의 나를 알아야 미래에 되고자 하는 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달성해야 할 목표와 현재와의 차이가 문제다. 차이를 좁히는 능력이 문제해결력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기 경영이다. 자기 경영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잘 조절하고, 통제해야 한다. 하루 중에 자신의 신체리듬이 어느 때에 가장 좋은지를 알아내고 그때 가장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을 배치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자신의 업무 역량을 알고 일의 순서를 정하고 실행하고 체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진행해야 하는 일이 어느 수준에 와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언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어떨까?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공무원이면 좋겠다. 주어진 환경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진 공무원이면 좋겠다.


  일곱 번째,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무원의 기준은 공감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공무원은 공적인 업무를 하므로 공감 능력이 더 요구된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의견과 타인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가능해야 새로운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생각한다. 과연 나는 좋은 공무원인가? 자기를 성찰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긴 하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며, 채우려고 애쓴다. 사람은 늘 변화하고 성장한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왜곡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3만 5천 년 전의 크로마뇽인의 뇌 구조와 비슷하다고 한다. 기억을 왜곡하고, 사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합리화하며 내가 한 일인데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 생각이 항상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네스프레소'처럼 모자람이 없고 넉넉하며, 당당하지만, 유연함이 가득한, 포용력 있는 '충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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