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토요일 오후 13시 30분이었다. 졸업한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1시간 강의를 했다. 대상은 논문을 준비할 대학원생 20여 명이고 씽크와이즈로 논문 준비한 사례를 설명하는 것이 내용이었다. 논문 쓰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대한 논문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강의를 준비했다.
강의 준비할 때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하나는 최대한 쉽게 강의 안을 만들자는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의 얘기 말고 내 이야기를 하자였다. 사실 두 가지 모두 정답은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강의한 경험을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쉬운 메시지로 딱 한 가지만 전달해야 했다. 많은 이야기는 욕심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중심이 되는 핵심 메시지가 흐릿 해진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딱 한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다른 하나는 남의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를 하려 했다. 남의 이야기를 하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작년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책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아는 척했었다. 책에 있는 이야기 말고 내 이야기를 해보자 그래야 공감할 것이라 생각했다.
강의안은 최대한 간단하게 작성하려 했다. 막상 작성하니 분량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추가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힘든 일이다. 최대한 간단하고 단순하게 핵심만 남겨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 중요한 것 같고, 다 전달하고 싶었다. 내 기준에 중요한 것 말고 청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골라내야 했던 것이다.
강의가 성공하기 위해선 관심 영역을 알려줘야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나 같은 초보는 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보단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나를 버리고 청자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 무엇이 궁금할까? 내게서 무엇을 가져가고 싶을까? 나는 어떤 것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강의안을 만들었으면 실제 강의하는 것처럼 말로 연습을 해봐야 한다. 안우경 교수님의 저서 <씽킹 101>에서는 유창성의 착각을 이야기한다. 유창성의 착각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이 정도쯤이야 나도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잘 안된다는 점이다. 유창성의 착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이다. 마치 청자를 앞에 놓고 강연하듯이 연습해 보는 것이다. 사실 실제 말로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파노라마를 그려내듯 상상하는 것도 착각이라고 했다. 강의 전에 직접 소리 내서 해봐야 한다. 사실 잘 안된다. 이번 강의 준비할 때도 조금 연습은 했지만 완벽하게 미리 준비하지는 못했다.
강의는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일단 경계를 한다. 저 사람은 누구지? 내가 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경계한다. 처음 시작은 존중이다.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고 나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날씨 이야기를 한다던가, 사소한 관심을 표현하며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이번 강의에서는 그냥 평범하게 시작했다. 나는 누구고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라고만 말했다. 사실 그러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다. 비장의 무기를 하나 들고 가긴 했다. 맛집이야기다. 맛집을 맵으로 그려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거 보여줄 때마다 웃음이 여기저기서 들려 나왔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환심을 산 후 강사 소개를 했다. 사실 남의 자랑 듣는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다. 강사는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내가 그랬다. 요즘은 최대한 짧게 하려 한다. 한마디 보태면 이렇게 자신을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이번 강의에선 청자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어떤 분은 동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고 집중하는 분이 있었다. 나중에 명함을 주시는데 HRD업을 하는 분이셨다. 내 이야기를 집중해 주시다니 감사했다. 청자들은 강사만의 스토리를 들을 때 공감을 했다. 논문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해 왔는지를 설명할 때 가장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그거구나.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청자들이 원하는구나.
강의를 하는 것은 청자보다 강의하는 화자가 더 성장한다.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게 된다. 강의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강의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전달력이 높아진다. 여유가 생기고 혼자만 이야기하는 것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강의를 진행하게 된다. 강의를 듣는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듣고 감명을 받을 수 있고, 내게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의는 성장과 기회라는 두 가지 선물을 준다.
이번 강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학과장님께 감사드린다. 이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함께 기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며, 더 클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다. 강의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주시고, 강의 후 내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해주셨다. 돈으로 갚을 수 없는 큰 선물을 주신 거다. 나도 누군가에게 같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누군가가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최진석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현상을 보기보다는 본질을 봐야 한다. 강연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는 것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깊은 씨앗이 되어 새싹으로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일이라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내려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