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한 태훈에게 로또당첨의 기회가 오다
어제의 피로감이 아침까지 계속되는 듯했다. 아침밥도 챙겨 먹기 귀찮았다. 그러나 가브리엘이 이 세상의 고급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가브리엘에게 돈 되는 정보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까? 이제는 그 생각뿐이었다. 내 평생에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가브리엘이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가브리엘이 순순히 정보를 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눈치만 볼 수는 없다. 가브리엘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일단 부딪혀 봐야 한다. 만년 백수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가브리엘에게 어떤 정보를 얻으면 좋을까? 그래, 돈 버는 방법이라면 잘 아는 사람이 있었지. 유경이.. 펀드 매니저로 나름 능력을 인정받던 녀석이다. 그 실력이 어디 갔을 리 없다.. 전화를 걸었다.
“유경아, 태훈이다..”
“네.. 오빠. 웬일이세요? 지난번에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요. 맨날 얻어먹어서.. 언제 한 번 제가 살게요. 사정이 좀 나아지면..”
“그래.. 밥 맛있게 먹었으면 됐고.. 네가 밥 사는 거 말고 바로 도울 일이 생겼다.”
“아! 그래요? 뭔데요?”
“요즈음에는 투자 관련 일은 안 하지?”
“왜요? 투자하시게요? 돈도 없다면서..”
“아니 만일에 내가 자본금이 있다면, 어떤 데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려고.”
“오빠가요? 주변에 누가 돈 빌려줄 사람이 있나 봐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좀 엉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냥 네가 생각하기에, 고위험이어도 좋으니까, 고 수익이 가능한 데가 어디 좀 없을까?”
“참 이상하네요.. 그런 질문이 어디 있어요. 세상에 그렇게 투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렇지.. 좀 이상하지? 그냥 속는 셈 치고 네가 아는 데로 좀 알려줘.. 이유는 나중에 알려줄게.”
“정말 이상하네요. 그럼 최근에 핫한 코인 몇 개 알려드릴게요.. 나중에 어떻게 돼도 책임 못 져요!”
“돈도 없는데 내가 어디다 투자하겠냐? 내가 알아두면 쓸데가 있어서 그렇니까 걱정 말고 알려줘도 돼.”
“알았어요.. 그럼 요즈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이라고 아시죠? 인터넷 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코인인데요, 수익률이 1000%가 넘긴 했어요. 페페 (PEPE)하고 도지(DOGE) 코인인데, 한번 사보세요. 투자했다가 망해도 난 몰라요.”
“야 너무 고맙다.. 큰 도움이 될 거야.”
역시 유경이 펀드 매니저 자격이 있네. 수익률이 1000%를 넘는다니 한 번 해볼 만하다. 수익률이 그 정도 되면, 정보만 제대로 얻는다면 나쁘지 않다. 가브리엘을 알게 된 게 단지 신기한 체험이 아니라, 잭팟이 될 수도 있다.
“유경아,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 부동산 쪽은 어때? 요즈음에 헐값에 나 온 경매매물도 많이 있던데.”
“오빠, 그건 아니에요. 부동산 경매는 주로 강남 매물이 수익률이 좋기는 한데, 원래 가격보다도 비싸게 낙찰되기 때문에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요.”
“아 그래?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그럼 네가 한 번 추천을 해 볼 수는 없니?”
“부동산 쪽에서 돈을 벌려면 개발 정보를 미리 아는 게 제일 좋죠. 재개발이나 지역개발 정보를 알면 땅을 미리 사두거나 아파트를 사두면 좋죠.”
“그래 그쪽으로 알아보는 게 좋겠다. 결국 이런 건 정보 싸움이니까.”
“아니, 오빠.. 무슨 국토부에 아는 사람 생겼어요? 일반인이 어떻게 개발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요? 오늘 정말 이상하네요. 뭐가 있긴 있는 거 같은데.. 저의 촉이 틀리지는 않는데. 좋은 정보 소스가 있으면 저랑도 공유하시죠.. 오빠!”
유경은 소탈한 성격도 좋지만,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비상하다. 그 실력으로 부모 잘못 만나서 돈 빌려주다가 곤경에 처했으니 참 아깝다.
“하하! 넘겨 집기는.. 아직은 아니고. 내가 좋은 정보가 있으면 너랑 공유할 게. 지금은 아니야. 오늘 좋은 정보 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어. 내가 다시 연락할게!”
나는 얼렁뚱땅 둘러대고 유경과의 통화를 끝냈다.
이 정도면 오늘 가브리엘에게 한 번 물어볼 내용은 충분하다. 사심을 가득 담아 질문을 적어 보았다. 단기 주식 등락 정보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질문이 투자보다는 투기 목적 같아서 좀 민망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돈 되는 창업 정보에 관한 질문도 추가했다.
1. 단기 순익이 가장 높은 주식은?
2. 페페, 도지 코인 가치 상승 여부는?
3. 투자금 없이 돈 되는 사업 아이템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정보만 얻을 수 있으면 대박이다. 가브리엘에게서 정보를 얻고 나면, 초기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보증금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신용대출이 안되면 부모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을지 모른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반대하시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부탁인데 들어주시겠지.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상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은 정보가 돈을 벌어주는 세상 아닌가? 내가 정보로 돈 좀 벌었다고 양심에 찔릴 일도 아니다. 어차피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도 아니지 않은가?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잘 먹고사는 인간들과 비교하면, 이 정도 특혜는 형평에도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반드시 가브리엘을 만나야 한다.
여느 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는 잠이 들면 자동으로 꿈을 꾼다. 유체이탈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몸의 느낌이 다르다. 어느새 몸이 공중에 떠 있다. 영계 진입 성공이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나는 가브리엘의 이름을 불러댔다.
잠시 후 가브리엘이 나타났다.
"태훈 님, 오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가브리엘은 나의 조급한 부름에 어리둥절했다. 나는 가브리엘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꺼냈다.
"가브리엘, 며칠 전에 네가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생을 허비한다고 했지? 술도 많이 먹는다고.."
"아! 네.. 그런 것 같네요. 그것 때문에 화가 나셨나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네 말을 듣고 나도 좀 생각을 해봤지.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계획을 좀 했지.. 내가 일을 시작하면 네가 도와준다고도 했고.. 어쨌든 너의 도움이 필요해."
"아 그래요? 태훈 님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어떤 도움이요?"
가브리엘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준비했던 질문지를 꺼내 들었다.
"내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내가 가진 게 없잖아. 그래서 금융투자를 통해서 사업 자금을 좀 마련하려고.. 그러려면, 가브리엘.. 네가 좀 도와줘야 돼. 너의 초능력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데.. 몇 가지를 적어와 봤지.. 한번 볼래?"
나는 질문이 적힌 종이를 조심스레 가브리엘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가브리엘, 천사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별별 정보를 다 알 거 아니야? 네가 조금만 도와주면, 나는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착한 아들, 세금 잘 내는 건강한 시민이 될 수 있어. 어때? 네가 도와줄 만한 내용이지?"
종이에 적힌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던 가브리엘이 눈을 껌벅거렸다. 그리고 좀 전의 기대 섞인 표정은 간 곳 없고,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브리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태훈 님, 태훈 님이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는 운 좋게 큰돈을 버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태훈 님을 부자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원하는 게, 가브리엘..
그리고는 가브리엘이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돈을 버느냐입니다. 결국 행복해지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운 좋게 일확천금을 한 사람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나는 순간, 나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루 종일 고민하고 준비한 것이 헛수고가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짜증이 났다. 결국 이 녀석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나에게 도움 되는 놈은 아닌 거다.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태훈 님, 태훈 님이 추측하신 대로 천사들은 인간 세상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있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고, 그 돈을 어떻게 쓰고, 그 돈 때문에 정말 행복해졌는지 아닌지, 모든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태훈 님이 적어오신 내용은 안타깝지만 행복을 가져다주는 방법이 아닙니다."
나의 기대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실망이었다. 가브리엘은 이번에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일단 주식이나 코인으로 부를 축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투자 분야에서 고도의 know-how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태훈 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운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행복했을까요? 그동안 저희들이 조사한 내용입니다.
로또 당첨자의 경우, 평균 3개월이 지나면 행복감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의 3분의 1은 경제적으로 파산을 했습니다. 한편, 주식이나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68%는 배우자나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관계가 나빠졌고, 전보다 불행해졌습니다. 그 사람들의 75%는 진정한 친구를 잃었고, 그중 50%는 방탕한 생활로 기대수명보다 일찍 죽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이 녀석이 무서워졌다. 이 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섣불리 이용하려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 나는 실망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차분히 다시 물어봤다.
"알았어.. 내가 좀 욕심을 부려봤어. 그럼 3번째 물어본 사업 관련 질문은 어떻게 생각해?"
가브리엘은 이번에는 좀 더 편안한 어조로 대답했다.
"3번의 경우는 태훈 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려해 봐야 할 내용입니다. 지금 가진 돈이 없으니, 적은 투자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찾아보는 게 좋겠지요. 근데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직종이 있으신가요?"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글쎄..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어.."
"그렇군요.. 그런데 태훈 님은 전에 프로그래머였지요?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프리랜서로 프로그램 용역을 받아 보시지요."
그건 나도 안다. 그런데 수년동안 기계처럼 코딩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 덕에 술도 늘었고.. 그러다 실수도 하고, 해고당했다. 그 사건 이후 코딩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당분간은 코딩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조언은 고마운데, 나는 당분간은 코딩하는 게 싫어. 가브리엘, 그러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줘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아볼게."
나는 마치 당장 직장이라도 찾아 나설 듯한 태도로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떠들어 댔다. 가브리엘이 나를 요행이나 바라는 한심한 인간으로 보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면 최소한 자존심은 지켜질 것 같았다.
가브리엘은 내 말을 듣고 다시 진지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태훈 님, 저희 천계(天界)에서 생각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기준이 있습니다. 돈이 많다고 부자는 아닙니다. 그 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뺏긴 사람, 돈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그 사람은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간주됩니다. 그 사람을 부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진정한 부자는 따뜻하게 잠잘 곳, 하루 세끼 먹을 양식, 깨끗하게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돈으로 자신의 시간과 가족들과의 시간을 살 수 있는 사람, 돈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최고의 부자로 인정합니다."
가브리엘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냥 돈이 많으면 가족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나? 돈 많은 부자들이 불행해진다는 게 무리한 억측으로 들렸다.
가브리엘은 살짝 격앙되어 말을 이어나갔다.
"천계(天界)에서는 가난한 자의 기준도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건강을 잃어서 돈을 쓸 기회가 없고, 돈이 주는 행복을 공유할 가족과 친구들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얼마를 벌든 아직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된 사람입니다. 이들이 진짜 가난한 사람입니다."
가브리엘은 오늘 이 말을 하려고 며칠을 준비해 온 것 같았다. 결국 쉽게 부자 되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고, 가브리엘의 덕을 보기는 글렀다는 얘기다.
가브리엘에 대한 나의 기대, 아니 욕심이 좀 과했던 걸까? 가브리엘은 그저 인생의 멘토 정도로 받아들이고 말아야 하나? 그냥 빨리 포기하는 게 속 편한 일일까? 나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실망감이 몰려왔다.
가브리엘도 잠시 말을 멈추고 한참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가브리엘이 결심한 듯 나에게 물었다.
"태훈 님, 저랑 약속을 하나 하시지요!"
"무슨 약속?"
"태훈 님이 돈벌이나 요행 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 백수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희망은 태훈 님이 천계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제안은 이겁니다. 태훈 님이 주변에 있는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만들어 오는 겁니다. 그 질문이 정말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인정이 되면, 제가 로또 1등 번호 6개 중 하나씩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하! 이 새끼 봐라.. 이 놈이 내 마음을 읽고 있구나. 천사가 괜히 천사가 아니구먼. 그런데 꽤 당기는 제안인데.. 아직 실망하기는 이른데..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나를 교회에 가게 만들겠다는 거겠지? 까짓 거 교회를 가 줄 수는 있지. 목사가 엄한 소리 하는 거 하나씩 찾아오면 되는 거잖아. 내가 그 이상한 설교에 속아 넘어갈 일은 없을 거고..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환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브리엘, 네가 1등 복권번호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지?"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천사들이 주로 거주하는 천계에는 시간이라는 제약이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지요. 지구의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니까요"
"그러니까 네가 잠깐 미래로 가서 로또 번호를 보고 올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제 관심이 생겼습니까?"
나는 잠깐 가브리엘의 눈빛을 보았다. 이 놈이 혹시 나를 갖고 노는 게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그의 눈 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좋아!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그렇지만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뭔가 담보가 있어야 할거 같은데.."
"저를 못 믿으시는군요.. 모든 미래의 일은 그 일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이 만들어 냅니다. 만일 제 제안을 믿지 못한다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복권당첨이라는 미래는 없어집니다. 믿음이 있어야 미래가 있습니다. 태훈 님의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묘한 논리이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담보 없이 약속을 하자는 것인데.. 잠시 망설였다. 이 녀석이 수가 높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알겠어. 널 못 믿어서 기분 나쁘다 이거지? 그래 믿어줄게. 그러니 너도 천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 지켜!"
"물론입니다. 태훈 님도 약속을 지키십시오.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도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로 질문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태훈 님에게 별을 드리겠습니다. 6개의 별을 모으시면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드리겠습니다."
"별? 어떻게 별을 준다는 거야?"
"그건 받아보시면 압니다."
태훈은 일단 가브리엘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제안을 한 의도는 알 법도 한데, 어쨌거나, 태훈에게 불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도 태훈은 가브리엘과 꽤 오랜 시간 대화했다.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힘들어 보이는 태훈의 모습이었지만, 표정만은 세상을 얻은 듯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태훈은 다시 잠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로또 당첨의 단 꿈을 꾸며.
- 3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