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무속화 한 목사들을 불신하는 태훈
어젯밤 꿈의 묵직함이 오늘까지 느껴졌다. 가브리엘은 전에 없이 진지했고, 그 기세에 나도 같이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브리엘이 알려준 영적인 사실들은 아직 교회가 낯선 나에게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사탄은 내가 영화 속에서 보던 악령의 모습이 아니었다. 엄청 똑똑한 계략가였다. 교회를 오래 다니던 사람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탄의 계략에 빠져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다가오는 주일에는 왠지 김자철 목사의 설교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 역시 대형 교회 목사로서 엄청난 권위를 누리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 사람도 자신이 신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의 말과 모습에서 전혀 성스러운 구도자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유경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네, 오빠.. 요즘 통화가 잦네요!"
"왜? 내가 전화하는 거 귀찮은 건 아니지?"
"에이.. 아니죠.. 그냥 반가워서요. ㅎㅎㅎ"
"유경! 이번 주일에 교회 갈 거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유경이 놀라며 대답했다.
"그럼요. 근데 왜요? 태훈 오빠는 준식 씨네 교회 다니시기로 한 거 아니에요?"
"어, 지난주에 한번 가긴 했는데, 그냥 다른 교회도 한번 가보고 싶어서"
"아.. 오빠 교회 쇼핑 중이구나. 그래요, 자기한테 맞는 교회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어.. 너네 교회는 분위기가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요.. 언제나 환영이죠. 태훈 오빠 정말 교회를 다녀 볼 생각인가 봐요."
아니다. 내가 가브리엘에게 로또 번호를 알아내려고 교회를 탐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유경은 나를 미친놈이나 속물 취급할 게 분명하다. 나는 유경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어.. 아직은.. 근데 여기저기 다녀보고 결정하려고.."
유경은 신기한 듯 반신반의하면서 물었다.
"근데 왜 준식 오빠네 교회는 안 나가세요?"
"어 거기는.. 너도 들었잖아.. 준식이 얘기.. 안 좋은 얘기 듣고 나니, 거기 목사님 설교가 좀 듣기 싫어지고.."
"그럴 수 있죠. 오빠한테는 좀 쇼킹했겠어요. 저도 첨 들을 땐 좀 놀랐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그 얘길 했더니, 교회를 비판하는 준식 오빠가 사탄이래요. 참 기가 막혀서."
"정말? 그 정도야?"
유경 어머니도 가스라이팅을 당해도 제대로 당하셨구나. 역시 목사님들은 대단해.
"그런데 너네 교회 목사님은 어때? 설교 잘하셔?"
"그럼요! 설교도 설교지만 성령이 충만해서 예배 때마다 방언이 터지고 안수 기도해 주시면 사람들이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에요."
"방언? 그게 뭔데? 사투리?"
"아.. 하하! 오빠는 방언이 뭔지 모르겠구나. 그런 게 있어요. 와서 한 번 보세요. 신기해요."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아무리 신기해 봤자, 내가 천사와 매일 밤 만나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어 그래? 궁금하네. 그럼 이번 일요일에 너네 교회 가도 되겠지?"
"그럼요! 환영이죠. 3부 예배까지 있으니, 편한 시간에 오세요. 9시, 11시, 2시요."
"알았어. 너는 언제가? 11시?"
"예, 저는 11시에 가요. 그럼 순복음 정일교회 어딘지 아시죠? 교회 앞에서 10시 반쯤 봐요."
유경과 약속을 잡았다. 우연히 만난 사이 치고는 꽤 친분이 두터워진 셈이다. 그저 적적할 때 밥이나 먹고, 백수 신세타령이라도 같이 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는 아주 쓸모 있는 녀석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 그러니까 주일 아침이 되었다. 약속에 늦지 않게 나름 서둘러 교회 앞에 유경을 만나러 갔다. 이미 예배에 참석하는 신도들이 종종걸음으로 예배당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유경아.. 여기!"
나는 멀리 보이는 유경에게 손을 흔들었다. 유경도 나를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왔다.
"일찍 오셨네요!"
"그럼.. 누구하고 약속인데."
"오.. 매너까지.. 잘 오셨어요. 오늘도 목사님 설교가 장난 아닐 거예요."
나는 유경이 이끄는 대로 1층 관객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교회는 그리 크지 않아도 삼 사백 명은 족히 들어와 앉을 만한 깔끔한 예배당이었다.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보다 못한 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루시퍼의 계략에 목사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자기들이 믿는 하느님을 이용해서 사업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무섭지도 않나? 아니면 생계를 위해 하느님을 믿는 척하는 건가?
바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우렁찬 성가대의 합창과 사회자의 낭랑한 음성이 예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오늘의 설교는 성경 디모데 전서 4장 1,2절이었다. 사회자는 성경을 거룩한 톤으로 읽어나갔다.
"그러나 성령이 밝히 말씀하시기를 후일에 어떤 사람들이 믿음에서 떠나 미혹하는 영과 귀신의 가르침을 따르리라 하셨으니, 자기 양심에 화인을 맞아서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이라"
바로 이거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양심도 없이 하느님 뒤통수치고, 나쁜 마음을 먹고.. 위선적인 행동을 하면서 겉으로는 믿는 척 거짓말하는 사람들..
성경 말씀이 신통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을 족집게처럼 아는 것 같았다. 성가대의 찬양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성도 여러분, 성령이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성령님이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후일에, 나중 때에.. 어쩌면 지금 시대에 믿음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령님은 악한 영이 우리 믿는 자를 유혹하여 귀신의 가르침을 따르게 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와.. 루시퍼가 목사들을 유혹하여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이 목사는 좀 신통력이 있어 보인다. 목사는 능숙한 톤으로 설교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이미 양심이 불로 지져졌습니다. 그들은 위선자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합니다. 이들로부터 우리를 지켜내는 방법은 이 모든 것을 밝히 알고 계신 성령 하나님이 충만하시도록 기도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주여! 지금 역사하시옵소서. 우리에게 성령을 부어 주소서!"
그래, 여기서는 하느님의 신이 엄청 강해서 루시퍼가 꼼작 못하겠구나. 여느 교회처럼 신도를 속여 목사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일은 하지 않겠구나..
목사는 이미 설교자가 아니라 웅변가가 되어 외치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지금 당장이라도 하느님이 내려와서 모든 사람들을 불태워 버리기라도 할 듯이 격정적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로 따따따따 거리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야, 유경아 저 사람들 왜 그래?"
"오빠, 이게 제가 말한 방언이라는 거예요. 사람들이 하나님만 아는 언어로 또는 진짜 외국어로 자기도 모르게 기도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도 하느님은 아시죠."
정말 기독교는 신기한 종교임에 틀림없다. 이런 식으로 신과 소통이 된다고? 내가 놀라는 모습이 걱정이 되는지 유경이 시끄러운 중에도 설명을 해준다.
"성령이 오시면 방언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성경에도 그렇게 쓰여 있고요"
목사도 방언으로 시끄러워지자 거기에 화답하듯 설교를 이어나갔다.
"믿는 자들에게는 표적이 따르리니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새 방언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안에 머물고 있는 온갖 못된 귀신들을 쫓아내고 성령님이 충만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주여! 주여! 주여!"
목사는 시끄러운 방언 소리를 더 고양시키려는 듯, 만세 삼창 같은 '주여'를 소리치며 예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건 내가 생각하던 조용한 예배 분위기가 아니었다. 멀뚱하게 앉아있는 내가 이 공간에서 너무나 이방인 같이 느껴졌다. 유경도 큰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로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예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듯싶더니, 목사에게 기도받을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한다. 무얼 하려는 거지? 목사가 그 사람들을 앞에 섰고, 우렁찬 톤으로 성경 말씀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내가 나의 안수함으로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하게 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
디모데 후서 1장 6절이라고 하면서 목사 자신이 안수하면 하나님의 은사가 신도에게 전달되고, 성령 충만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하느님을 축복을 경험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이건 도대체 뭐지?
"오빠, 이건 목사님이 안수기도 해주는 거예요. 기도를 받는 사람은 엄청난 체험을 한대요. 목사님이 신령한 능력을 받아서 신도들에게 영적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거래요. 어떤 사람은 기도받고 은사도 받아요."
잘 이해 안 되는 말이었지만, 예배 중이라 자세히 물어볼 수 없었다. 잠시 후, 실제로 몇몇 사람들이 강단 앞으로 나갔다.
목사는 어느새 신도들 앞에 서서,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얻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렁찬 기도 소리와 함께 안수기도를 받은 사람이 순간 뒤로 쓰러졌다.
"아! 사람이 넘어졌어!"
나는 놀라 소리쳤다.
"오빠, 저건 그냥 은혜를 받아서 잠시 혼절하는 거래요. 좀 무섭긴 해도 성령을 체험하는 거니까 받은 사람은 좋대요."
"유경 너도 받아봤어?"
"아니요. 저는 무서워서.."
그 뒤로도 기도를 받은 사람들은 하나씩 쓰러졌다. 넘어질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체격이 건장한 남자분이 넘어지는 사람들을 받아서 편안하게 눕혀놓고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누운 체로 가볍게 몸을 떨고 있었다. 이 광경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음 안수 기도의 대상은 젊은 고등학생이었다. 어머니와 같이 서있는 학생은 아마도 고3 같아 보였다. 기도를 받으면 성적이 올라갈까 싶어 나온 건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그 학생의 머리에 손을 얻고 목사가 열정적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주여'라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학생의 머리를 미는 듯이 보였다. 아마도 지혜의 은사를 받으라고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성령이 잠시 외출 나간 것일까? 그 학생은 튼튼한 다리로 꼼작도 않고 서 있었다. 순간 당황한 목사와 어머니의 표정이 보였다. 다시 학생의 머리에 손을 얻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번에는 머리를 밀지도 않았다. 그 학생은 멀뚱하게 목사를 쳐다보다 기도가 끝나자 민망한 표정으로 어머니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유경아, 저 학생은 안 쓰러졌어.."
나는 유경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가끔 안수 기도가 안 먹히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왜 그런지 몰라요."
이게 어떤 상황인지 혼란스러웠다. 교회라는 곳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교회가 하느님이라는 가장 큰 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곳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 방법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그냥 조용히 거룩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건가?
전쟁 같은 예배가 끝났다.. 반쯤 얼이 나간 나를 보고 미안한 듯 유경이 말했다.
"태훈 오빠! 좀 놀랬죠? 예배 분위기가 영란교회와는 많이 다르죠?"
"어 그래.. 여기는 성령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엄청 활발하게 움직이시나 봐."
"어머나, 놀라기만 한 줄 알았는데.. 확실히 태훈 오빠는 똑똑하시네요. 그런 걸 다 분석해 내는 걸 보니.."
나는 유경에게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고 얼른 교회를 나와 주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궁금한 게 많았다. 제대로 질문 거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유경에게 묻기 시작했다.
"성령이 충만하면 방언을 하는 게 종교적 황홀감 같은 걸 느끼면서 생기는 건가? 사람들이 거의 무아지경에서 방언을 하던데?"
"어찌 보면 그렇죠. 방언을 통해서 성령이 오신 걸 확인하는 셈이니까요. 성령으로 불리는 하느님이 내 안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귀신만 들려도 사람들 눈이 뒤집히는데, 하느님 신이 들어오면 느낌이 어떻겠어요? 물론 좋은 쪽으로 ㅎㅎ"
그렇다. 기독교는 결국 신을 모시는 종교이니 무당이 접신을 하듯, 기독교인들은 성령신과 접신하는 증거로 방언을 하는 것 같았다. 충만한 접신의 경험을 하는 것이 기독교가 추구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러면 안수 기도는 왜 받는 거야? 무슨 은혜? 은사? 를 받으려고 한다고 했지? 은사는 뭐야?"
"네.. 손을 얻고 하는 기도를 안수기도라 해요. 그런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능력을 목사님이 대신 행하는 거예요. 구약에서도 사람들이 기름부음을 받으면 능력 받고 제사장이 됐거든요. 그거 비슷하게, 목사님이 안수 기도를 하면 기름을 붓듯이 성령을 부어주는 거죠. 사람들은 몸 안에 성령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고, 병 고치는 능력을 은사로 받기도 하고 해요."
그놈의 기름부음이 또 여기에도 나온다. 지난번에는 목사들이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주장하더니만,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기름부음을 준다고 한다. 가브리엘에게 들은 바로는 기름부음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아니었나? 여기서는 누가 하느님이고 누가 목사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게 맞나?
"안수기도로 기름부음을 준다고?"
"네.. 목사님들이 기름부음을 받았고, 능력이 생겼으니 그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준다는 뜻이래요."
또다시 혼란스러웠다. 여기는 준식이네 교회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복병이다. 한 단계 더 높아졌다. 목사들의 신적 권위 쟁탈전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도대체 목사들이 가지려는 신적 권위의 끝은 어디일까?
"근데 아까 기도받고 쓰러진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오빠, 그것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에요. 앞에 나가신 분들은 전에도 몇 번씩 나가신 분들이에요. 저는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못 나가요. 사실 저는 안수 기도 같은 거 그렇게 받고 싶진 않아요."
"왜 너도 받을 수 만 있으면 받으면 좋은 거 아니야?"
"제 친구 중에도 안수기도받은 친구가 있는데, 그때뿐이래요. 잠깐 정신없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고 내려왔데요."
"그래도 은혜나 은사를 받았을 거 아니야?"
"걔도 공부가 잘 안 돼서 나갔는데, 당시에는 막 머리가 좋아진 것 같고 아프던 허리도 나은 것 같고 그래서 진짜 은혜를 받았나 했는데..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별 차이가 없대요."
그렇다면 이 모든 이 이상한 행위들의 의미는 뭔가? 집단 엑스터시를 경험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행위와 어떻게 달리 구분할 수 있나? 이거 역시 목사의 신적인 권위를 유지하는 수단이란 말인가?
지난번 준식의 교회에서 받았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건 또 다른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유경에게 물었다.
"유경, 너는 어떻게 생각해? 목사가 예배 때마다 안수기도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왜 한번 기도받으면 되지, 받았던 사람이 또 나가서 기도를 받아? 그것도 일종의 중독 아니야?"
"그렇죠? 좀 이상하죠? 매번 나가시는 분은 아마도 기도받을 때, 성령의 충만이든, 아니면 단순한 엑스터시를 느끼시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꾸 기도받기를 원하죠. 저는 이해는 해요.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방법이라도 써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하시겠어요. 그런데 그런 능력을 가진 목사님도 흔치 않아요. "
"그럼 너는 그런 안수 기도 안 받아도 하느님과 잘 지내는 거야?"
"네.. 그런 셈이죠 ㅎㅎ. 저는 모태신앙이잖아요. 믿음이라는 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기도 몇 번 받았다고 좋아지고, 사람이 달라지고 그러지 않아요. 저는 경험으로 알고 있죠. 워낙 다양한 교회가 있고, 목사님들도 스타일이 다양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게 정신 건강상 좋아요."
유경은 이 희한한 교회 환경 어디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한 것 같다. 신앙도 결국 짬밥이구나.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유경이 존경스러웠다. 그래.. 결국 신앙이란 자신과 하느님 사이의 일이니까.
오늘 유경이 다니는 순복음 교회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가브리엘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기독교의 목적이 구원이라고 했는데, 성령의 충만을 추구하면서 엑스타시를 경험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리고 목사가 이번에는 하느님처럼 성령과 은사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이 정도면 세 번째 로또번호도 받기 위한 의미 있는 질문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태훈은 유경과 헤어져 집에 오는 동안에도 안수기도를 받고 쓰러지던 사람들이 계속 떠 올랐다. 그 장면은 마치 원시 종교에서 황홀경을 맛보려고 달려드는 광신도들 같았다.
가브리엘 덕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교회인데.. 다시 한번 의심이 들었다. 과연 내가 진지하게 알아보고 싶은 종교가 맞을까? 며칠 전의 혼란스러움에 더해, 오늘은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답을 알고 있으리라.
그는 천사니까.
저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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