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성령충만의 결과는 사랑임을 깨달은 태훈, 3번째 로또번호 확보
"가브리엘!"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며칠 꿈을 꾸지 않으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물론 나의 로또의 꿈이 좌절될까 봐서이다.
"네, 태훈 님.."
지난번 가브리엘의 격정적인 설교가 기억났다.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가브리엘은 별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내가 깜박하고 로또 번호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는데.. 잊지 않고 세 번째 별을 보냈더라고.. 잘 받았고.. 근데 이 별 문신은 나중에 지워지나?"
가브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네 물론이죠. 6개의 별을 다 받으시면, 그다음 날 감쪽 같이 없어질 겁니다. 별은 로또번호를 알려드리겠다는 저의 약속의 표시입니다."
"근데 가브리엘.. 내가 너무 교회의 안 좋은 면만 물어봐서 기분 나쁘지 않았어?"
"아닙니다.. 물론 교회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 뒤에 루시퍼의 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태훈 님은 로또번호를 획득할만한 의미 있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나는 안도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은 로또번호를 얻을 수 있는 질문이다. 어쨌거나 가브리엘을 통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알아가는 건 나쁠 건 없어 보인다. 나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니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가브리엘도 내가 열심히 질문거리를 찾고 있으니 나름 만족할 것이다.
"오케이, 그럼 좋아 가브리엘.. 오늘도 내가 질문을 던져보지."
"태훈 님이 지난 주일 색다른 영적 체험을 하신 것이 감지되었습니다. 엄청난 성령체험의 현장에 가 계셨더군요."
"아 그것도 알아? 맞다. 내가 교회 활동 같은 걸 하면 파장인가 뭔가가 잡힌다고 그랬지?"
"그렇습니다. 태훈 님의 영적 파동의 강도는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강해지고 있다고?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그러겠지.. 아니면 로또에 대한 집착일지도 몰라. 목사의 감언이설에 속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가브리엘과의 신뢰에는 문제가 없는 거 같았다.
"내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을 했지. 그 방언이라는 거 말이야. 좀 듣기 불편하기는 했어도. 그게 하느님이 영의 형태로 내려와서 개개인에게 접신하는 거 같은 건데 신기하더라고.. 꽤 시끄럽기도 하고"
"방언의 은사를 사모하는 교회에 다녀오셨군요."
"그것뿐이 아니야. 안수기도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막 쓰러지고, 은사를 받고 한다는데.. 나는 그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행위를 예배시간에 해도 되는 거야? 예배는 좀 거룩한 분위기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역시 태훈 님은 오늘도 매우 어려운 질문을 가져오셨네요. 대단하십니다."
갑자기 칭찬이라니? 이게 기독교에서 중요한 일이긴 하나 보네. 어쨌든 네 번째 로또번호 예약도 순조로울 것 같다. 로또 당첨의 꿈이 멀지 않았다.
"질문에 답을 드리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태훈 님은 저와의 만남이 중요하십니까? 로또번호가 중요하십니까?"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지? 이 놈이 내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구나. 눈치가 장난이 아니구나.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다. 그렇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가브리엘! 내가 로또번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렇지만 내가 너와의 만남을 소홀히 한 적은 없어. 네가 전에 말하지 않았어? 너와의 만남이 우선이고 네 말을 믿고 따라야 로또 당첨의 꿈도 있는 거라고.."
역시 나는 순발력이 좋다. 가브리엘이 반박할 수 없게 잘 둘러댄 것 같았다.
"그렇게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훈 님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훈 님의 답변에 만족합니다."
의외다. 나는 로또 당첨을 위해 가브리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조금씩 기독교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게 괜찮게 보였나 보다.
"그리고 참고로 저는 태훈 님의 자유로운 마음의 결정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알 수도 없습니다. 이건 저의 천사들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래서 나의 생각을 읽는 듯하다가도 진짜 깊은 속내는 모르는구나. 이건 나의 자유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인가?
"이제 제 질문의 답을 들었으니, 저도 태훈 님의 질문에 답 해보겠습니다. 방금 마음의 우선순위에 대한 답을 주셨습니다. 교회에서 신비한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다음에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기독교는 그 자체로 신비한 종교입니다. 사람들이 갈 수 없는 내세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태훈 님도 지금 영혼의 상태로 저와 대화하고 있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말해 뭐 해! 내가 이러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들 미쳤다고 할걸!"
"그렇습니다. 영계에서는 평범한 일이 세상에서는 신비한 일처럼 보이지요."
"근데 몇 번 겪고 나면 그리 신기하지도 않은 것 같아."
"네, 살아계신 하느님이 인간과 소통하고 있다는 게 엄청난 신비이지요. 이걸 알고 나면 사실 나머지 것들은 신비할 것도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사람들이 이상한 영적 체험을 했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게 유별난 거네. 그냥 기독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와.. 그렇습니다. 대단한 통찰력입니다. 그런 말씀을 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태훈 님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신비한 능력을 행하는 목사님을 신성시하고 쫓아다니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요."
가브리엘이 오늘은 칭찬이 후하다. 내가 그만큼 유식해졌나?
" 하느님과의 소통의 신비를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신비한 현상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기독교의 본령을 잊고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래? 그러면 방언이나 안수기도를 받아야만 신앙심이 커지는 건 아닌 거지?"
"그렇습니다. 방언은 신앙생활에서 얻어지는 성령 충만의 증거 중 하나일 뿐입니다. 믿음을 키우는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몸으로 체험하면 일시적으로 더 믿음이 생기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그렇구나. 그럼 안수기도받는 거는?"
"안수기도나 기도를 받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안수기도를 통해서 축복도 하고, 성령 충만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수기도를 이용해서 루시퍼가 꾸민 계략이 있습니다."
"아.. 왜? 사탄이 또 사람들을 속이나?"
"그렇습니다. 목사들이 안수기도를 통해 신비한 능력을 행할 때, 이걸 기름부음을 행하거나 은사를 나눠준다고 합니다.
기름부음은 하느님이나, 특별한 경우에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이나 선지자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은사를 나눠주는 일은 주로 예수의 제자였던 사도들이 하던 일입니다.
안수기도가 어떻게 변질되었습니까? 결국은 기름부음을 행하셨던 하느님의 권위,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의 권위, 은사를 나눠주던 사도의 권위를 목사 한 사람에게 집중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루시퍼는 절대 교회를 핍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회를 부흥시켜 목사의 권위가 하느님과 같게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목사가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목사의 욕망을 건드려서 교회가 권위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죠.
신도들은 이제 하느님께 기적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사님께 의지하면 되니까요."
나는 가브리엘을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오금이 저렸다. 사람들은 현상만 보지만, 가브리엘은 그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사탄의 계략을 보고 있다. 맞다. 준식이네 교회의 김자철 목사도 권위적이지만, 유경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더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사람들이 목사를 따르고 있었다.
"태훈 님,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저희 천사들도 100% 알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몇몇 목사님들은 특별한 계시를 받으신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의 일부를 왜곡하여 하느님을 대적하려는 사탄에게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환경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무대입니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고 목사만 보이게 됩니다."
내가 목사님들에게서 느꼈던 남다른 거리감은 그들의 거룩한 삶 때문이 아니라 거룩하게 보이려는 권위적 태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는 성경을 왜곡해서 기름부음을 받은 목사들이 신격화된 권위를 누렸다고 했지? 이번에는 안수기도를 통해 직접 기름부음을 준다며 하느님이나 예수의 제자의 흉내를 낼 수도 있다는 거네."
"거의 정확합니다. 대단하시네요. 진짜 하느님이 특별한 목적으로 그 목사님에게 하느님을 대행하거나, 사도의 능력을 은사로 주셨다면, 아마도 그 교회는 엄청난 성령의 능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영적 부흥을 일으켰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그래 진짜로 하느님을 대행해서 안수기도를 했다면 이 땅에 성자들이 수천 명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냥 종교적 황홀경을 맛보게 해주는 주술사처럼 보였다.
"가브리엘, 그러면 진짜로 안수기도를 해서 성령충만이라는 걸 체험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에게 성령이 오시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성경에 잘 쓰여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내용을 목사님들이 강조해서 설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뭐라고 돼있는데?"
"성령 충만의 결과는 열매로 나타난다고 성경이 말합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 같은 법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라고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성령충만의 결과는 사람의 인격적 요소로만 나타납니다. 그리고 방언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라는 말씀이 고린도 전서에 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가르침이 있는데도, 그저 방언이나 안수기도가 주는 체험만을 강조하다 보면 신비주의적 신앙 패턴에 빠지기 쉽게 됩니다. 그래서 태훈 님의 질문은 매우 의미 있는 겁니다. 물론 네 번째 로또번호를 예약하기에도 충분한 질문입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게 순조롭다. 가브리엘이 나에게 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조만간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가브리엘, 듣고 보니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인격적으로 훌륭할 수밖에 없겠네. 그럼 인격적으로 부족한, 아니 양심이 불량인 사람은 성령충만을 받았다거나 제대로 하느님을 믿는다고 할 수 없겠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성경의 원리가 지금 교회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런 말씀들이 교회 안에서 좀 더 자주, 깊이 가르쳐지고 알려져야 하는데, 이상하리만큼 목사님들은 이런 말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건 정말 의아하다. 신비한 마술 같은 얘기가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쉬운 성경 구절을 가르쳐 주는 게 나 같은 사람이 기독교를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을까?
권위주의적 욕망을 부추기는 루시퍼의 간계에 목사님들도 속고 있어서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꿈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태훈은 전에 없던 피곤함과 오한을 느꼈다. 온몸이 고열로 뜨거워졌고, 팔다리가 저려 왔다. 태훈은 집에 있던 상비약을 찾았다. 해열 진통제로 겨우 안정을 찾은 태훈은 병원을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잠이 든 태훈의 팔에는 네 번째 별 문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은 천사장의 호출을 받았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천사들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천계에서 천사를 직접 호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가브리엘은 짐작 가는 데가 있었다. 영계에서 천사들과 인간들과의 접촉은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다만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락되었고, 그 외에는 기도로만 소통해야 했다. 가브리엘은 그 계율을 어기고 태훈과 잦은 접촉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브리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가브리엘은 처음부터 영계에서 활동하던 천사가 아니었다. 가브리엘은 죽음의 강을 건너 영계에 다다른 '지훈'이라는 이름의 인간의 영혼이었다.
지훈은 죽기 전 태훈의 형이었다.
지훈은 태훈의 4살 터울 형이었다. 태훈이 7살 되던 해, 지훈과 태훈은 동네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곤 했었다. 추운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 살얼음 위에서 놀던 형제는 그만 같이 얼음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훈은 물에 빠져서도 동생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서도 태훈을 얼음 위로 가까스로 밀어 올렸다. 동생을 구했지만, 지훈은 안타깝게도 힘에 부쳐 익사하고 말았다.
지훈은 자신의 목숨을 던질 만큼 동생 태훈을 끔찍이 아꼈다. 태훈도 형을 최고라 하며 항상 좋아하고 따랐다. 그런 이유로 태훈에게도 지훈은 자기를 살리고 죽은 형이었고, 평생 아픈 기억이었다.
지훈은 동생을 대신해 죽어 영계에 올라온 최고의 선한 영혼이었다.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셨으니, 그 사랑을 알고 형제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성경이 말씀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영혼은 거의 없었다. 천사장은 지훈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몇 안 되는 어린 영혼임을 감안하여 천사의 영혼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었다.
지훈은 천계에서 천사장을 수호하고 사탄을 경계하는 일을 빈틈없이 수행했다. 그리고 지구상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천사장은 지훈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그들을 위한 기도의 노력을 보고는 예외적으로 지훈에게 수호천사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지훈은 자기가 흠모하던 가브리엘 천사장의 이름을 따라, 가브리엘로 이름을 받고, 20년 넘게 성실히 수호천사 일을 감당해 왔다. 그리고 몇 달 전 가브리엘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천사장에게 요청했었다.
천사 가브리엘은 태훈이 방황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게 문제였다. 하루라도 빨리 태훈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 가브리엘은 계율을 어기고 동생을 지속적으로 만나왔던 것이다.
천사장 회의에 호출된 가브리엘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기의 목숨과도 같은 태훈이 백수가 되어 방황하고 있는 걸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하느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동생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가브리엘 천사!"
"네, 천사장님"
"왜 가브리엘 천사가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호천사의 법계를 벗어났는지 그 이유를 말해보세요."
"제가 담당한 지상의 인물이 제 친동생입니다. 그 친구는 분명히 하느님의 높은 뜻을 이룰 수 있는 큰 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이 시기에 그를 잘 인도하면 수호천사가 지켜낼 수 있는 영혼보다 수백 배의 영혼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동생의 영적 미래에 대해 가브리엘이 어떻게 알고 있죠?"
"그건 저희 어머님의 기도 때문입니다. 어머님은 제가 사고로 영계를 지나 천계로 올라온 이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하도록.. 그리고 동생 태훈이 저의 목숨 값으로 살았으니, 태훈이가 또 다른 영혼을 구하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천사장님께서도 태훈의 수호천사로 저를 임명하실 때, 특별 근접 수호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
"그렇군요. 알고 있었군요. 사실 나도 지상으로부터 태훈에 대한 특별한 기도가 수 십 년째 올라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천사들의 법계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 이후로 가브리엘 천사는 당분간 천사의 계율에 따라 관리를 받게 될 겁니다. 수호천사의 자격을 일시 정지하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영계에서의 활동을 금합니다. 지금 상태는 위험합니다. 가브리엘이 아니라 태훈이 위험합니다. 가브리엘이 꿈에서 태훈을 만날 때마다 태훈의 생명 에너지가 안정성을 잃게 됩니다. 알고 계셨나요? 만일 생명 에너지가 불안정 상태로 빠지면, 태훈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태훈은 지상에서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뇌에 문제가 생겨 정신 이상자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만 징계를 받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태훈의 생명 에너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건 생각지 못했다. 충격이었다. 그사이 아무도 천사의 법계를 감히 거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가브리엘도 미처 알지 못했다. 가브리엘은 이 모든 것을 확인하지 않은 걸 심히 자책했다.
"그럼 태훈의 생명 에너지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수 차례의 접촉을 통해 생명 에너지의 70%가 손상되었습니다. 80%를 넘기 시작하면 위험 경고 단계입니다. 그리고 손상률이 90%가 되면 태훈의 건강과 정신 상태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가브리엘! 태훈과의 만남을 빨리 정리하세요. 태훈의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아시겠어요?"
"천사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태훈과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2번은 더 만나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태훈의 생명 에너지가 유지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탁입니다."
"가브리엘, 정말 고집이 세군요. 인간에게 목숨보다 중한 것은 없습니다. 가브리엘의 말은 태훈의 생명 에너지 손상률이 경고 단계인 80%가 될 때까지 가겠다는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이상은 가지 않을 겁니다. 저도 태훈을 지킬 겁니다. 그러니 태훈이 혹시라도 위험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시면 모든 것을 끝내고 오겠습니다."
"대단한 의지이군요. 알겠습니다. 가브리엘이 어떤 의도로 그러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딱 두 번의 만남의 기회가 최대입니다. 그 이상은 절대 허용 못합니다."
가브리엘은 천사장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과욕을 다시 자책했다. 당장 태훈을 만날 일이 걱정되었다. 가브리엘은 생각했다. '아마도 태훈은 로또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몸이 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로또번호를 다 얻을 때까지 계속 나를 부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지?'
가브리엘의 의도는 태훈이 성경이나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새로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기도처럼 목회자가 되지 않더라도, 분명 지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태훈이 힘든 상황을 빨리 벗어나 어머니의 기도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브리엘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브리엘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8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