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죽음의 비밀

SNS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은 태훈, 4개의 로또번호 확보

by 김정룡

가브리엘은 생각해 보았다.


'내가 태훈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두 번뿐이다. 그 이상 만나는 건 위험하다. 태훈의 생명 에너지를 80% 이상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가브리엘은 태훈과의 만남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태훈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전에 그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태훈이 로또 1등에 당첨되고 난 뒤에, 그의 삶이 바뀌는 것을 곁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부가 사람을 망치기도 하는 것이어서, 태훈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불안했다.


한편 태훈은 오른팔에 새로 새겨진 4개의 별 모양의 문신을 보았다. 태훈은 가브리엘이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6개의 로또번호를 가지고, 수억 아니 수십억을 손에 쥘 수 있을 거 같았다. 태훈은 다가오는 로또 당첨의 꿈에 피곤함도 잊은 채 들떠 있었다.


태훈은 의미 있는 질문을 빨리 찾아야 했다. 교회에 가서 직접 가기도 했지만, 왠지 영란교회든 순복음 교회든 가기 싫었다. 목사님들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루시퍼의 계략에 휘둘리는 목사들의 모습도 보기 싫었다. 그들의 비리를 질문의 소재로 삼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진정으로 기독교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찾아보고 싶었다.


'가브리엘에게 할 질문을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순 없을까?'


태훈은 SNS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기독교에 관한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을 찾습니다. 기독교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질문에 천사가 직접 답해주실 것입니다.'


태훈은 문구를 만들었다. 사실대로 쓴 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천사가 대답한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으리라.


태훈은 질문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지인들에게 질문이 전달됐다. 어떤 녀석들은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비아냥 거리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는 제발 천사의 답을 듣고 와달라고 요청하는 글도 있었다.


수백 개의 댓글이 며칠 사이에 올라왔다. 태훈은 사람들의 반응에 좀 놀랐다.


'생각보다 종교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아니 불만인 사람이 많구나!' 태훈은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브리엘은 내가 직접 교회에 가서 질문거리를 찾길 바랐지만, 방법도 기독교를 알아가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올라온 답글 중 의미 있는 질문들을 추려보았다.


1.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왜 이 세상에 사랑은 없고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까? 전쟁과 학살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하나님은 보고만 계십니까?


2. 기독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고, 왜 기독교는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입니까? 예수를 믿지 않으면 다 지옥에 갑니까?


3. 성경은 신화 같은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은 그냥 비유적이 표현이 아닌가요? 진화론과 충돌되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4. 천국과 지옥, 연옥, 파라다이스 같은 다양한 내세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어느 것이 맞나요? 다양한 사람들의 행위를 과연 천국과 지옥으로만 양분할 수 있을까요?


5. 교회가 특정한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교단에서는 왜 이런 일을 허용합니까?


그 외에도 많은 질문이 올라왔다. 태훈은 다시 한번 생각이 복잡해졌다. 기독교에 대한 문제점과 의구심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이천 년 넘게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을까?


태훈은 일단 2개의 질문을 골랐다. 1,2번 질문을 가지고 가브리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둘 중 하나정도는 의미 있는 질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항상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는 가브리엘도에게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가브리엘의 당황하는 얼굴이 상상되었다.


'그래 한번 시도해 보는 거야. 교회를 가지 않아도 의미 있는 질문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가브리엘이 답하기 힘든 질문을 해보는 거야. 별문신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어!'


태훈은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가브리엘!"


가브리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나 여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가브리엘! 오늘은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어?"


"아, 아니오.. 그냥 바쁘다 보니 좀 피곤했나 봅니다."


"에이, 천사가 바쁜 게 어디 있어! 시간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을 텐데."


"네.. 그렇긴 합니다. 천계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지만, 수호천사들이 세상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사람들처럼 피곤함을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아 그래? 그럼 가끔 천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한다는데, 그게 혹시 너희들인 거야?"


"그럴 수 있습니다. 세상과 천계는 분리되어 있지만 영계를 통해 아주 짧은 순간 동시에 연결되기도 합니다."


"아.. 그러니까 가끔 천사들이 지상에 내려와서 사람처럼 행동하고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천사가 구해준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천사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태훈의 짐작이 맞았다. 가브리엘도 일반 사람들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가브리엘은 로또번호 추첨일에 지상에 내려와 번호를 조작하거나, 아니면 시간 여행을 통해 미리 번호를 보고 와 알려줄 수도 있다. 가브리엘은 알게 된 나는 정말 운 좋은 놈이다.


나는 한껏 고무된 얼굴로 가브리엘에게 말했다.


"가브리엘! 오늘은 내가 괜찮은 질문을 가져왔어."

가브리엘은 태훈의 말을 듣고 내심 안심했다. 어제 천사장 회의에 다녀온 후로, 하루라도 빨리 의미 있는 질문을 받고, 약속대로 로또 번호를 건네줄 수 있기를 바랐다.


태훈이 가브리엘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근데, 내가 교회를 가서 알아 온 질문은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지. 문제가 안된다면 이것도 의미 있는 질문으로 인정해 주면 좋겠어! 그렇게 안될까?"


"그렇군요. 태훈 님에게 교회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미 교회 분위기도 경험했고.. 질문의 내용이 정말 의미 있다면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가브리엘은 태훈이 의미 있는 질문들을 가져왔기를 바랐다. 태훈의 기독교에 대한 태도가 전에 없이 진지해졌다는 것을 알기에, 가브리엘은 내심 기대하며 태훈의 입에 주목했다.


"가브리엘, 이번에는 교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질문이야. 내가 SNS를 사용해서 여러 사람의 힘을 좀 빌렸지. 거기서 골라온 질문들인데, 나 역시도 늘 궁금했던 질문들이야."


"그렇군요.. 그럼 어디 질문 내용을 좀 들어볼까요?"


"그럼 내가 물어볼 테니까 대답을 해봐. 만일 가브리엘이 대답하기 어려워도 의미 있는 질문으로 쳐 줄거지?"


가브리엘은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질문이기에 내가 대답 못 할 것을 걱정할까? 나는 태훈의 생명 에너지가 위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데 온 신경이 집중돼 있었다.


"가브리엘, 이 세상에 전쟁이 왜 일어나는 걸까? 전쟁도 하느님의 뜻일까? 사랑의 하느님이 수천수만이 죽는 전쟁을 허용하는 이유는 뭘까? 아니면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인 걸까?"


가브리엘은 아차 싶었다. 세상에는 인간들에게 설명이 불가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인간들을 설득시키기보다는 하느님의 섭리라는 말로 대답을 보류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태훈에게 어떤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태훈 님, 오늘은 정말 어려운 질문을 가져오셨군요. 간단하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시원한 답을 못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사무엘 삼 17장 42절에 (전략)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라는 구약의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분명 전쟁도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말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천사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전쟁의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한 천계의 생각을 알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게 하느님의 뜻입니까?'라고.. 전쟁으로 인한 군인과 민간인의 죽음은 너무나도 참담한 비극입니다. 그러나 죽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의 입장에서는 인생의 끝이지만, 하느님의 입장에서는 영생의 시작입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공의(公議)로운 세상에서의 삶의 시작입니다."


"그 말은 천계에서는 사람들의 죽음을 비극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야?"


"천계에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건 당연히 견디기 어려운 비극적 사건으로 봅니다. 그러나 육체의 생명이 다한 영혼은 일단 하느님의 사랑의 품 안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혼이 궁극적으로 천국에 머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는 사랑이신 하느님이 결정하십니다. "


"그러니까 가브리엘도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일단은 하느님이 사랑으로 돌봐주신다 생각하면, 좀 위로가 된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죽음이 그것도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천계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영원한 삶이 주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실을 지구상의 인간이 믿고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태훈 님이 제 말을 믿는다면 그야말로 천계의 비밀을 알게 되는 몇 안 되는 인간 중의 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 얘기를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을 합리화하거나 죽음을 경시하는 미치광이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태훈은 기대 이상의 놀라운 답변을 듣고 놀라웠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좋은 세상의 시작이라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영혼도 천국으로 갈 수도, 다른 곳으로 보낼 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어쩌면 특별한 목적으로 환생을 시키지 않을까도 상상해 보았다. 진짜 천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대박이지. 죽는 사람에게는.. 그게 로또가 될 수 있겠지. 만일 그렇다면..


태훈은 죽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하니, 이제까지 일어난 불행한 사고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다소 위로받는 것 같았다. 태훈은 가브리엘에게 다시 물었다.


"가브리엘. 놀라은 설명이야.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나도 위로를 받은 것 같아. 그런데 그러다 보면 세상 사는 게 의미 없어지는 게 아닐까? 살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빨리 죽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천계의 비밀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인간이 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개인에게 부여한 자유 권한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세상에서 천국을 이루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대로 사랑을 실천할 때마다 천계에서는 축제가 벌어집니다. 천계를 둘러싼 보석들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천상의 악기들이 스스로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그 빛과 소리는 정말 환상적인 장면과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하느님과 천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지상에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천계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의도와는 달리 자유권한을 사용해서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모함하고, 서로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루시퍼의 꼬임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세상에서 죄를 짓고, 영혼마저 타락하여 죽어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합니다. 저주와 악독이 그 영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하므로 천계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천계에서는 그들이 영계에서 사탄의 통제아래 머무르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 자체가 지옥입니다."


태훈은 이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얘기를 가브리엘에게 들었다. 마치 봐서는 안 되는 국가기밀문서를 몰래 본 것 같았다. 한편으론, 로또 번호를 얻으려다 알게 된 너무나 많은 내세의 비밀이 부담스럽고 두렵게 느껴졌다.


이게 전부 우연한 일까? 태훈은 이 모든 것이 미리 기획되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계의 비밀스러운 것을 알게 된 것이 우연 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로 가브리엘이 나를 찾아왔을까?'


그게 더 궁금했다.


' 하필 나였을까?'



- 9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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