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 신격화한 루시퍼의 계략에 충격받은 태훈, 로또번호 2개 확보
어제 준식에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충격이었다. 모든 게 사람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일이지만, 목사님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의 양심이 그렇게 무뎌질 수 있을까?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온갖 생각으로 뒤숭숭한 하루를 보냈다. 나는 가브리엘에게 묻고 싶었다. 교회를 나가는 게 정말 하느님을 믿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다시 저녁이 되고 잠자리에 들었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나는 어느새 꿈속에서 가브리엘을 부르고 있었다.
"태훈 님, 저 여기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두리번거리는 내 등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났다.
"가브리엘, 언제 온 거야?"
"태훈 님, 저도 방금 영계에 진입했습니다."
나의 다급한 태도와는 달리, 가브리엘은 편안해 보였고, 내 기분 탓인지 그 모습이 왠지 얄밉게 보였다. 나는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묻기 시작했다.
"근데, 가브리엘.. 내가 어제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알아?"
"예, 태훈 님.. 알고 있습니다. 태훈 님의 영혼이 혼란스럽다는 게 감지되었습니다. 영적인 끈으로 연결된 저는 태훈 님의 상태를 파동으로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내 기분도 알 수 있겠네?"
"네, 어느 정도.. 지금 태훈 님이 교회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계십니다."
"맞아! 그런데 나는 실망도 실망이지만, 내가 궁금한 건, 왜 교회가 이렇게 됐나 하는 거야. 어떻게 목사가 무슨 권한으로 교회를 사업체처럼 만들 수 있냐 말이야? 언제부터? 교회가 돈 때문에 비리를 저지른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돼!"
교회라고 선한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닌 것은 안다. 그렇지만, 교회 안에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비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가브리엘은 아까보다 좀 더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태훈 님, 제가 태훈 님께 로또 번호를 대가로, 교회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찾아오라고 했을 때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다루게 될 줄 몰랐습니다. 지금 변질되고 있는 교회 문제는 천계(天界)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가브리엘도 대답하기 난감한 모양이다. 모든 것을 인간의 죄 탓으로 돌리는 것 말고 적당한 설명이 있기는 할까? 가브리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태훈 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교회가 물질적인 풍요와 안정을 위해서 비리가 계속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천계의 관점에서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루시퍼가 파놓은 함정에 교회가 스스로 빠졌기 때문입니다."
"루시퍼? 그 사탄인가 악마인가 하는 녀석이 개입돼 있다고? 걔가 무슨 짓을 했는데?"
"루시퍼의 전략은 처음에는 기독교인들 개개인을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실망시키고 타락시키고, 하느님을 원망하게 하고.. 그러나 그 전략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성령의 도움을 받은 기독교인들은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극복해 냈습니다."
"그래? 그럼 루시퍼의 공격도 이겨낸 교회가 무엇 때문에 달라진 거야?"
"그렇습니다. 교회는 굳건했습니다. 그러자 루시퍼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교회를 없애거나 박해하는 대신, 오히려 교회가 부흥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뭐라고? 이해가 안 되는데? 루시퍼의 진짜 속내는 뭐였는데?"
"루시퍼의 계략이 시작됩니다. 교회가 부흥하게 되자, 목사들의 권위와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이때 사악한 루시퍼가 목사들을 노렸습니다. 목사들에게 풍요와 절대적 권위라는 유혹에 빠지게 했습니다.
루시퍼는 알고 있었습니다. 풍요와 절대적 권위를 맛본 목사들이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를 밀쳐내고, 그들 스스로 교회를 차지할 거라는 것을. 그리고, 목사의 말이 성경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거라는 것을.. 루시퍼의 계략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명을 듣는 순간 소름이 끼치고, 온몸이 떨려왔다. 악마의 계략이, 악마적 힘이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브리엘도 상기되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루시퍼가 또다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게 됩니다"
나는 또 한 번 경악하며 가브리엘을 쳐다보았다.
"무슨 한 방? 또 어떤 짓을 했는데?"
"성경 말씀을 사용합니다. 목사들에게 절대적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이거는 장난이 아니다. 교회가 당할 수밖에 없구나..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다고? 그럴 리가?"
"그렇죠.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을 리 없죠. 그러나 성경 말씀을 기가 막히게 왜곡해서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그렇다. 진실을 소재로 만든 거짓이 더 속기 쉽다. 가짜뉴스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 방법을 쓴다. 교회가 정말 가짜 성경말씀에 당했단 말인가?
"태훈 님, 루시퍼가 사용한 성경구절은 구약 출애굽기 40장 15절입니다. '그 아버지에게 기름을 부음 같이 그들에게 부어서 그들이 내게 제사장의 직분을 행하게 하라 그들이 기름부음을 받았은즉 대대로 영영히 제사장이 되리라 하시매'라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이 뭐가 어때서? 별 문제없어 보이는데?"
"이 구절은 구약시대의 제사장에게 신적 권위를 부여하는 말씀입니다. 구약 시대에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만이 제사장이 되었고, 그 제사장만이 거룩한 성소(聖所: sactuary)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성소를 보기만 해도 죽음을 당했다고 구약 성경 민수기 4장에 쓰여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름부음 받으면 하느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구약성경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수의 십자가로 인해 없어진 법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근거로, 일부 목사들이 자신들이 기름부음을 받은 하느님의 종, 제사장이 되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래? 그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법을 적용했단 말이야?"
"바로 그겁니다! 구약 성경도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없어진 법인데도 가져다 사용한 거죠."
"근데 구약성경의 제사장과 지금 목사는 엄연히 다른 건데? 신도들이 그걸 구분 못하나?"
"성경을 잘 배운 신도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설교만 듣는 신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목사는 자신이 예배를 주관하는 제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교합니다. 비유적으로는 맞습니다. 여기까지 문제가 없지요. 그리고 그 제사장이 과거에 어떤 신적 권위를 가졌는지를 설명하면서 거짓 논리를 완성시킵니다. 비유와 사실을 교묘하게 섞어버립니다. 신적 권위의 제사장, 제사장의 역할을 하는 목사. 결국, 신적 권위를 가진 목사라는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뭐야?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들을 속인다고?"
" 네.. 그렇습니다. 목사들은 스스로를 기름부음을 받은 하느님의 종이며, 신도들과는 영적으로 구분되는 거룩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반복적인 설교를 통해서 신도들을 완전히 세뇌시킵니다."
"와! 대단하네.. 그러니 신도들은 목사를 하느님의 종으로 신격화할 수밖에 없네.."
"그렇습니다. 이처럼 일부 교회에서는 목사가 어떤 일을 저질러도 아무도 비판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는 사람은 신성모독으로, 때로는 사탄으로 취급받습니다. 사이비 교주가 자신을 신격화할 때 쓰던 수법을 일부 교회 목사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와.. 역시 가브리엘이 천사가 맞긴 맞나 보다. 루시퍼의 계략을 다 알고 있었구나. 가브리엘의 얘기를 들으니, 영적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지금은 적지 않은 교회가 이 계략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준식의 교회에서도 목사나, 그 목사가 비호하는 장로를 비판하지 못하는 거다. 개인의 이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신도들의 정신세계에는 목사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세뇌되어 있는 거다.
"태훈 님,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루시퍼가 궁극적으로 노린 게 있습니다."
"진짜? 여기서 더 더 심각한 게 있을 수 있나? 그게 뭔데?"
"기름부음을 받은 자가 신적권위를 행사한다는 것은,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의 구원사역을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가브리엘의 말투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태훈 님, 예수가 십자가에 돌아가신 이유가 인류의 죄를 사하고,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들어보셨죠?"
"당연하지, 중학교 채플시간 때부터 지겹게 들었지."
"맞습니다. 구원이 중요한 목적입니다. 동시에 구원받은 사람들이 영적 제사장이 되어 하느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하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과 일대일의 관계를 이루는 기적 같은 일이지요. 이것이 예수 십자가의 중요한 의미입니다. 루시퍼가 가장 싫어하는 대목이지요."
그래, 나도 하느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중학교 채플시간에도 꼭 이 말씀을 가르쳤다.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예수가 죽은 것을 믿으면, 나도 하느님께 직접 기도할 수 있다고.. 다 들어주신다고.. 응답도 하신다고..
가브리엘이 말을 이었다.
"예수님의 대속(代贖)적 죽음으로 우리는 모두는 제사장의 권한이 부여되었습니다. 성경 베드로 전서 2장 9절에도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제사장의 특권이 부여됩니다."
"아! 그럼 예수를 믿는다는 거는 죽어서 천국 가는 거 말고도, 누구나 제사장 같은 자격으로 하느님한테 직통으로 기도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정확합니다."
놀라웠다.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다는 게. 가브리엘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주변 성전의 휘장이 찢어지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던 성소(聖所)를 가리던 휘장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건은 구원받은 자는 누구나 하느님이 계신 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가브리엘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래서 예수의 죽음의 대가로 이제는 기름부음이 없이 하느님과 직접 소통이 가능합니다. 믿음으로,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예수의 십자가의 의미를 없애버리려는 사탄의 계략이라고 보는 겁니다."
가브리엘은 좀 전의 평정심은 간 곳 없고,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의 말대로라면 일부 목사들이 기독교의 근간이 되는 예수 십자가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탄이 된 루시퍼.. 나는 속으로 읊조렸다. 그래 사탄이다. 목사들은 사탄의 앞잡이 노릇을, 그것도 교회 안에서 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기독교인이 아닌대도 소름이 끼쳤다. 가브리엘은 말했다.
"지금도 대형교회에서 기름부음 받은 종은 대기업의 회장님과 같은 대접을 받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음으로 없애려던 종교적 권위를 목사들이 누리고 있는 거죠. 이렇게 목사들은 본인이 제사장의 권위를 승계했다고 믿고, 순진한 교인들은 제사장의 신성한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나쁜 사람들이다. 신도들을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노예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루시퍼는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풍요와 권위를 누리는 목사들 스스로 예수 십자가의 의미를 훼손시키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루시퍼는 이 장면을 즐기고 있을 겁니다.
나는 그의 격앙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숨도 쉬지 못하고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나는 가브리엘이 어느 정도 진정하기를 바랐다.
"가브리엘, 진정하고.. 네 말 뜻은 잘 알아들었어. 지금 교회의 비리가 잘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돼. 결국은 목사의 권위주의가 만들어 낸 부작용 같아. 그 권위에 편승해서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문제고.."
"맞습니다. 설명은 길었지만, 태훈 님의 질문에 답하자면 그렇습니다. 신의 옷을 입은 권위주의는 그 안에 폭력성을 감추고 있습니다. 신앙적 폭력으로 신도들을 굴복시키고 아무 저항도 못하게 합니다."
권위주의.. 그래 내가 싫어하던 고등학교 선생님도 지금 생각하면 권위주의적이었다. 아니 독재적이었다. 권위주의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브리엘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교회 안에서의 권위주의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물질적 풍요 때문입니다. 물질이 계급을 만들고, 그 정점에 권위적인 지도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의 이름으로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합니다."
아.. 순결한 신앙인이 세속을 떠나 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시대는 끝났구나. 가진 것 없이 신앙만으로 행복해지는 그런 스토리는 없구나..
가브리엘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풍요의 시간이 끝나면, 교회의 몰락이 따라옵니다. 루시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유럽과 미국의 교회역사를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이미 한국 교회에서도 이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의 안타까운 외침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다. 아마도 예배 중에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교회부흥이 지상 목표인 곳에서 이런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면 그 사람은 당장 교회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조금씩 가브리엘이 생각하는 하느님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갖고 있던 교회에 대한 편견의 실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회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신앙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브리엘의 진심이 기독교에 대해 무심했던 나를 조금씩 깨우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감정을 좀 가라앉히고 말했다.
"태훈 님, 오늘 좀 어렵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교회도 인간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해내야 합니다. 오늘 나눈 대화를 태훈 님이 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나..
"태훈 님이 제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다만, 지금 태훈 님이 제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하시되, 다만 제삼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삼자의 함정? 그게 뭔데?"
"예를 들어, 만일 제가 태훈 님이 로또 1등에 당첨되셨다고 알려준다면, 나와 이름이 같은 제삼자의 얘기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본인의 얘기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내 얘기로 받아들이지!"
"그렇다면, 태훈 님은 예수님 십자가의 얘기가 본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은 좀.."
나는 조금 망설였지만 대답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다행히 로또는 태훈 님의 것이 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예수가 말하는 천계의 행복은 아직 태훈 님의 것이 아닙니다. 제삼자의 함정은 객관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로또보다 더 큰 행운을 놓쳐 버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가브리엘이 예수의 스토리를 내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은 안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근데 그게 맘대로 되나?
"가브리엘,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너의 진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오늘 너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 전보다는 더 진지하게 의미 있는 질문들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너무나 다행입니다. 태훈 님은 충분히 깊은 영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오늘 태훈 님의 질문은 저에게도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가브리엘은 끝까지 진지한 어투로 마지막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어제에 이어 오늘 가브리엘에게 들은 이야기는 교회 사정을 잘 모르던 나에게는 정말 충격이었다. 루시퍼의 이야기도 아직은 신화처럼 들렸다. 가브리엘은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고 있구나. 천사가 보는 세상은 정말 다르구나..
그런 중에도, 오늘의 질문으로 두 번째 별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오늘은 가브리엘이 너무나 진지해서 차마 별 얘기를 면전에서 꺼내기 힘들었다. 가브리엘이 약속을 어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가브리엘이 떠나고, 태훈은 다시 꿈 없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을 자면서도 피곤함 때문인지 오한이 몰려왔다. 몸도 계속 떨려왔다. 태훈은 오늘 좀 무리한 탓이거니, 몸살기를 견디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태훈은 얼굴이 해쓱해져 일어났다. 그의 오른팔에는 두 번째 별이 새겨져 있었다.
- 6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