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을 가지다 말고

by 선지 마르소

물고기 비늘보다 얇은 계절은

단풍 밟는 소리에도

작은 상처가 나


바스락

바스락


그렇게 찢어지고

또 찢어지고 나면

계절의 시체들

우리 집 헛간에 모아둬야겠지


가을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있어

하지만 헛간의 시체들

가을만은 아닐거야

그들 각자의 이름

어떤 계절의 시체인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꽃들은 나를 알아봐

하늘을 날 필요가 없는 꽃들은

그저 고개만 들면 되는거 있지

그래서 그들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을 불러


하늘의 변절자

한 번도 날아본 적 없지만

그게 내 이름이지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가야해

물론 차가워진 커피도 먹을만하겠지만


나는 어느새 소각장에 도착했어

영혼들을 소각할 준비는 마쳤어

하지만 불타버린 영혼들이 떠올라

그들은 하나같이

입도 제대로 벌리지 않은 채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어


불살라 없애버릴 계절 같은 건 없다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봄인데

넌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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