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될 수 없는
산불처럼
눈이 부시게
바다로
산으로
나는 자꾸만 간다
숲 속 오후에 내려앉았던
붉은 대기가 선명해지는
코 끝을 간질이는
호박벌의 날갯짓 같은 시간의 장난질도
무뎌져만 간다
누군가의 손끝의 굳은살처럼
늦은 오후의 아지랑이처럼
황량한 도시에 녹음을 전파하는 제라늄 향기처럼
흩어져 간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희미한 감상이 되기 전에
다시 떠올려 본다
숲 속 아래목에는 여전히
여우가 파 놓은 굴이
그리고 거기에 발이 걸려 넘어진
아홉 살의 내가 있다
그는 여전히 경멸하는 눈으로
봄을 바라보고 있다
숲 속은 거대한 유실물 센터
딱따구리가 파놓은 나무구멍에 귀를 맞대고 있으면
소거되었던 지난날의 음성이 들려온다
지지베베
지지베베
아니, 내가 찾는 건 종달새가 아니야
나는 넘어져 울고 있는
어릴 적 나의 울음소리를 찾고 있다
'어리석은 소년
짓밟힌 새싹의 마음처럼
굴을 파놓은 여우의 마음 헤아릴 수 없겠니?'
하지만 나는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는 괴짜니까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에 목소리를 두고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밉다
그래서 그가 여우를 미워한 마음의 크기만큼
그를 미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