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by 선지 마르소

왜 그런 날 있잖아

생일 축하 노래가

장송곡처럼 들리고

해변에 떠밀려온 해파리가

추락한 성령처럼 보이고

작은 양배추가

충만해지는 기운으로 가득 차는

계절의 신비가

아르테미스의 처녀성처럼

유난히 반짝거리는

그런 날

너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겠지

개똥지빠귀의 노래가

어느 순간부터 들려오지 않을 때

키우던 강아지의 이름이

해피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 때


지나온 시간들 되돌아보니

그리 즐겁기만 한 건 아닐 테지

작년 이맘때

성지순례를 갔던 산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웠던 날

생각했지

조개가 지나온 만년의 세월이

꼭 기도의 세월은 아닐 거라고

그래 여기 산은 여전히 바다일 거야


너도밤 나무는

여전히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기대고 앉아 있어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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