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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 5

화경

by 흐구로그

내 목 뒤에 숨어 있던 새싹이 돋아

내 살을 뚫고 올라와 외친다


난 무엇을 위해 두려움에 떨었으며,

난 무엇을 위해 사랑을 갈구했는가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나에게

어느새 피어있는 꽃이 내게 묻는다


난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렸으며

난 누구를 위해 웃음을 지었는가


아무 대답도 없는 나를 원망하는듯

꽃은 더욱 화사하게 피어난다


고운 색을 드러낼수록


꽃은 내 목을 점점 조여오고

내 척추뼈 사이를 파고드는 뿌리

온몸이 아찔함에


아직 좀 찬 아침이 되어서야


내 눈물을 머금고 자란 목 뒤의 꽃

그 꽃에 예민한 서리가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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