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
내 목 뒤에 숨어 있던 새싹이 돋아
내 살을 뚫고 올라와 외친다
난 무엇을 위해 두려움에 떨었으며,
난 무엇을 위해 사랑을 갈구했는가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나에게
어느새 피어있는 꽃이 내게 묻는다
난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렸으며
난 누구를 위해 웃음을 지었는가
아무 대답도 없는 나를 원망하는듯
꽃은 더욱 화사하게 피어난다
고운 색을 드러낼수록
꽃은 내 목을 점점 조여오고
내 척추뼈 사이를 파고드는 뿌리
온몸이 아찔함에
아직 좀 찬 아침이 되어서야
내 눈물을 머금고 자란 목 뒤의 꽃
그 꽃에 예민한 서리가 맺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