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건강한 가족 문화 세우기 : 부부데이트
"우리 다녀올게"
"둘이 아주 알콩달콩 신나셨네요"
말로 상대방을 하늘과 땅을 경험하게하는 기발한 능력자 2호가 비꼰다. 백만년만에 입은 원피스와 팔빠지게 고데기로 말은 머리카락, 발가락 아프게 구겨넣은 구두까지 위아래로 훑는 것은 보너스다.
부부데이트는 특강에서 하신 강사님의 도전이었다. 그 시절 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의 입장에서 짬이 나는 시간이 있다면 애들과 뭐라도 어디라도 같은 공간에라도 함께 있어야 애착형성에 빈틈이 없을 것 같은 아무도 주지 않는 정죄감이 있었다. 아이를 키울 땐 당연히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쯤은 잠시 늦춰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았다. 내 부모가 그랬듯 내 주변이 그렇듯 다들 그렇게 산다는 이유로 합리화하면서.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 부부사이에 뭔가 벽이 존재한다는 슬픈 예감이 적중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트러블메이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들은 강의에서 '자녀를 잘 키우고 싶으면 부부관계부터 점검하라'는 강의 내용이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오듯 마음에 꽂혔다. 강사님은 부부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알아주겠거니 하는 순간부터 틈이 생겨 섭섭귀신이 부부사이를 가로 막고 자녀양육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즘 나에게도 드는 생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세상 모든 것을 알아 무엇이든 묻기만 하면 Chat GPT처럼 답을 줄것 같은 오빠고 대화도 잘 통해서 좋았는데 그 오빠와 살아보니 세상 나보다도 더 결정장애자에 원칙주의자에 이기주의자라는 생각으로 남편을 바라 보고 있는 내 시선이 드러났다.
그렇게 시작된 일주일에 한번하는 부부데이트가 5년을 달리고 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데이트 간다고 좋고 비싼 곳을 예약해서 갔다가 애들 얘기하다 안맞는 육아관으로 싸우고 돌아온 일, 서로 마음은 안나누고 장소에 매료되어 사진만 찍고 돌아온 일, 서로에게 바라는 점만 말하다 목구멍에 삶은 계란하나 정도의 막힘으로 돌아온 일. 돌아보면 그 시절 우린 참 어렸고 미숙했고 최선이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부부데이트를 하면서 나름의 우리만의 규칙이 생겼다.
1. 부부데이트하기에 편한 날짜를 서로 공유하고 정하기
급한 업무가 있거나 결정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게 마련이라 보따리가 잘 풀어지지 않을 수 있다. 주일 저녁 온 가족 일정 공유시간에 날짜를 정해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점심쯤은 간단히 해결하라고 일러둔다.
2. 창의적인 아이스브레이크 시간 가지기
초기 데이트 시절 마음을 나누라고 하면 서로 섭섭하고 힘든 썰을 풀어 놓아 명색이 데이트인데 다녀오면 등에 짐을 하나 더 얹은 최악의 데이트 느낌이 있었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우리부부는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한챕터씩 읽고 나누는 것으로 워밍업을 한다. 같은 책이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요즘의 일상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다르기에 자연스레 자신의 마음털이로 진행된다. 그 외 함께 산책하기, 운동하기, 과거 리즈시절 사진 보기, 과거 찌질했던 일들 나누기, 함께 할 미래를 그려보기 등 창의적인 아이스브레이크 시간을 고민 해 보는 것도 좋다.
3. 서로가 할 수있는 최선으로 꾸미기
지인을 만나러 갈 땐 뭘 입을지 나눌지 먹을지를 고민하고 그 만남을 위해 한껏 꾸미는 것이 여자다. 하다 못해 가방을 하나 사도 고이 모셨다가 친구 만나러 갈때 끼고 가지 않는가. 하지만 남편이랑 나갈 때는 항상 편한 옷과 신발을 찾기 바빴던 것 같다. 상대에게 최선의 모습으로 나가려고 준비한다. 입지 않는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 발가락 아파서 차에서 벗을지언정 구두를 신기도 한다. 화장도 최대한 얇게 그러나 모든 것들을 감추는 놀라운 실력을 보인다. 머리는 어떤가. 결혼식 이후 고데기는 손도 안가지만 이날은 앞머리라도 말아 올려본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한여름에 긴팔을 꺼내 입기도 하고 한 겨울에 기모바지 대신 면바지를 입기도 한다. 머리에 왁스를 발라 꽈배기마냥 꼬기도 하고.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 침투작전이다. 이 정도의 준비력이라면 이미 반은 성공적인 데이트이다.
4. 부부데이트에서 해서는 안될 금지어 정하기
비판, 정죄, 훈수의 언어는 금지다. 자녀얘기는 절대 금지어다. 물론 홈스쿨로 자녀를 키우는 우리이고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의 자녀얘기를 공유하는 정도로 한다. 부부데이트의 주된 목적은 부부의 친밀함 향상이다. 부부가 서로를 믿어주고 이해하고 받아주고 애쓰고 있다 알아주는 시간이다. 여기에 상대의 말에 옳든 옳지 않든 들어주는 경청과 공감은 필수이고 세트이다. 격려와 칭찬은 차한잔이던 테이블에 추가 메뉴를 부른다.
5. 서로에게 감사한 부분 구체적으로 나누기
말 한마디에 천가지의 의미를 씌워 감사를 전달 하는 것도 좋지만 구체적으로 감사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이 더 서로를 알아가고 친밀 해 질수 있다. "여보, 감사해"보단 "여보, 당신이 직설적인 말이 아닌 부드러운 말로 해 줘서 감사해"가, "여보, 고마워"보단 "여보, 당신이 아이들과 성장속도에 맞게 잘 나가줘서 고마워"가 더 상대의 마음에 감사와 격려가 잘 전달된다.
6. 배우자와의 여정이 마치는 날이 있음을 기억하기
우리의 결혼 생활, 즉 부부로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김숙경사랑연구소] 김숙경소장의 책 <그런 당신이 좋다>에서는 배우자가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르니 함께 할 수 있을 때 나누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영원히 살것 같지만 영원히 함께하지 못한다. 언제 먼저 내 곁을 떠날지 모르니, 함께 살아가는 여정을 누리라고 말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오늘이 마지막 사랑인것처럼 사랑한다면, 우리의 삶과 사랑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옳은 말이다. 코로나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허락된 일상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의 관계를 위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위해
'살아가자,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자,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