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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r 09. 2023

너에게 공부란

수학문제를 넘어선 삶

"왜 모르겠어?"

"아...뇨"

"왜 울어?"

"......."


오늘도 어김없이 2호는 수학문제집과의 사투 중이다. 더욱이 오늘은 연필이 좀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홈스쿨엄마의 머리속에는 초등수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학 해 볼만하다'는 마인드를 심는 것에 중심을 두되 '수학'하면 몸서리를 치는 수학공포, 수포자, 공부정서가 생기면 그 아이는 힘들다는 유튜브 속 수 많은 수학전문가의 수포자, 수학공포, 수학감정, 공부정서등의 말들이 하염없이 정처없이 잡히지도 않은채 맴돈다. 일단 뜨거운 생각들이 나를 더 삼키지 못하게  얼음물을 천천히 들이키며 무슨 말을 할지 짧은 어휘력을 구사 해 본다.


"2호야! 틀려도 좋고 손가락 발가락으로 해도 좋고 잠깐 쉬었다가 해도 괜찮아. 너 자전거 배울 때도 여러번 넘어지고 속도도 늦었지만 결국 지금은 엄마 없이도 심부름도 가고 할수 있잖아. 너 지금껏 잘 했고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어. 자전거처럼 뺄셈도 연습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야"

얼음물이 효과가 있었는지 일단 스스로 말의 속도와 라임에도 만족하며 2호를 최대한 나긋한 눈빛으로 내려다 본다.




"엄마"

"응! 그래그래. 엄마한테 말해 봐. 어느 부분이 막혀서 고구마 먹은거 마냥 힘든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나눠야 되는 거 아녜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너 수학 문제 풀다가 아침에 읽은 책 생각한거야? 그래서 눈으로만 수학 푼거야? 아침에 무슨 책 읽었니?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나눠주는 건 당연한거 아냐? 그 당연한 걸 지금 왜 물어?"

얼음물의 효력이 끝난건지 나긋한 눈빛과 짧은 어휘력을 굴리던 엄마는 어디가고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질문을 해 댔다.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 2호는 풀던 문제집을 앞으로 살짝 내민다.


재희와 종현이와 수지가 하교 후에 놀이터에서 만났습니다. 재희는 집에서 사탕 15개, 종현이는 학원에서 사탕 8개, 수지는 집에서 사탕 7개를 가져왔습니다. 수지는 재희에게 사탕 1개를, 종현이에게 사탕 3개를 주었습니다. 사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 순서대로 이름을 쓰시오.



"수지도 사탕 많이 가져와서 친구들하고 나눠먹고 놀고 싶을텐데 안그래도 사탕도 적게 가져왔는데 그마저도 친구들한테 나눠주면 수지는 뭐 먹고 놀아요. 수지 너무 불쌍해요"


2호의 울먹이는 말에 5분전의 내 머릿속을 떠돌던 뜨거움과는 다른 알수 없는 뜨거움에 눈물이 흘렀다.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해 공감 못한것 이상의 아픔의 눈물이었다. 입으로만 하는 홈스쿨이 아닌 삶으로 사는 홈스쿨을 하고 싶다는 나만의 작은 소망이 그 날 그 문제를 통해 드러난 민낯에 아팠다.


2호와 나는 공동제작로 문제를 재구성했다. 


재희와 종현이와 수지가 하교 후에 놀이터에서 만났습니다. 재희는 집에서 사탕 15개, 종현이는 학원에서 사탕 8개, 수지는 집에서 사탕 7개를 가져왔습니다. 재희는 수지에게 사탕 4개를, 종현이에게 사탕 2개를 주었습니다. 사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 순서대로 이름을 쓰시오.


수학문제에서도 세상에서 덜 가르쳐주는 '나눔','배려'를 배우는 공부를 한다. 그 공부가 매력적이지도 쉽지도 않을지라도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며 부모세대가 아이세대에게 잘 전달해야하는 가치라고 생각하기에 그 공부를 한다.


싱어게인의 히어로 이승윤의 아버지이신 이재철목사님의 책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오늘도 '거을들' 앞에서> 에 잊고 싶지 않아 형광펜 칠을 해 놓았다.

당신의 어린 자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다 큰 자녀마저 어린이로 취급한 채 함부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까? 영국의 계관시인 워즈워드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었는데도 말입니다.





몇년전 홈스쿨 초창기 시절 에피소드다. 여전히 2호는 수학이 어렵지만 사랑하기로 애쓰는 중이다. 아는 이름이 나오면 그 아이의 그래프를 조작하기도 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아이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긴장하는 신학기다.

수학교과서의 첫단원은 아이들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수와 연산이지만 어딘가에 있을 우리 2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에게 말해 주고 싶다. 

<너의 생각이 아름답다>

<너의 생각이 소중하다>

<너의 생각을 응원한다>

<너의 삶이 기대된다>

<너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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