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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r 16. 2023

오늘은 너의 날

생일에 진심인 우리집 문화 1

오전 6시 40분, 2호의 생일이다.

국방부의 진돗개발령과 흡사할 정도로 생일자 2호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제 역할대로 분란하게 그러나 소리 소문없이 움직인다.

아빠가 2호풍의 도넛케잌을 들고 살금 살금 3층으로 올라가면 1호는 그 꽁무니를 라이터를 들고 따라 간다. 3호는 어느새 아빠를 앞질러 2호의 방문을 염과 동시에  불을 밝힌다. 그리곤 우리는 합창한다. 아니 아직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떼창이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

2호는 익숙하다는 듯 불빛으로 눈을 찌푸리지만 어느새 입가엔 미소가 돋아난다.


우리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일날의 풍경이다. 

1. 생일자보다 무조건 먼저 일어나 취향의 케잌준비한다. 

2. 생일자의 방에 들어가 축하 노래를 떼창한다. 

3. 생일자에게 손편지와 정성의 선물을 건낸다.

4. 생일자가 먹고 싶은 아침으로 맛있게 먹는다.

5. 가족의 생일엔 홈스쿨러도 스케줄을 빼고 스쿨러도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직장인 아빠도 휴가를 내서 온가족이 생일자를 위한 하루를 보낸다. 주로 여행을 간다.



우리 가족이 처음부터 생일에 이리 진심이진 않았다. 생일은 그저 태어난 날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가 힘들게 죽을 고생으로 낳은 날로 더욱 강요했었다. 세상에서 간혹 여러 사정으로 자기의 진짜 생일을 모를 수는 있지만 생일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유난 떨지 말고 케잌이나 불고 선물이나 주는 날로 홀대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일년 365일 중 가족이 온전히 자기를 위한 날이 하루도 없이 성인이 되어 우리집을 떠난다면 속상할 것 같았고 생일의 진정한 의미를 모른채 세상을 살아간다면 슬플 것 같아 번거롭지만 매년 생일자의 개인 취향과 최근의 언어의 동향과 책의 취향 등을 고민하고 인터넷을 며칠씩 떠돌고 나머지 가족의 비밀스런 가족회의를 거쳐  생일자를 위한 서프라이즈파티는 진행된다. 다행히 지금껏 생일자를 실망시킨 기억은 없다.






3호부터 색종이에 꼬깃꼬깃 쓴 편지를 낭독과 선물 증정의 의례를 치르고 모두 아침밥을 함께 먹으며 오늘의 일정을 나눈다. 오늘은 2호가 부산여행을 가고 싶다고해서 대도시를 그리워하는 그녀의 대도시 상경기로 컨셉을 잡고 온가족 출발한다.


부산에 도착하여 바다를 보자니 엄마아빠는 커피한잔 때리며 멍하니 바다만 보고 싶고 3호는 흐르는 콧물을 먹으며 바다에 뛰어 들고 싶다. 낚시광인 1호는 되는대로 릴을 던지며 갈매기와 노닐고 싶은 마음은 가득이나 오늘 우리에겐 비린내 나는 바다는 사치였다.

현모양처가 꿈인 2호와 아직은 이타적인 삶이 어려운 3호를 생각해서 캐니언파크에 잠시 들러 동물도 구경하고 먹이고 사육 수준으로 주면서 슬슬 워밍업을 했다.

다음 코스로는 부산 가장 정중앙에 메마른 땅에 위치한 리얼예능 액션 액티비티 체험관인 런닝맨으로 가서 1시간 이상을 신나게 몸을 굴리며 놀았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했던 대결게임을 액티비티하게 만들어 놓아 남녀노소 다양하게 체험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2호가 좋아하는 도시냄새의 최강지였다. 그녀의 취향을 저격했으며 나머지 가족은 성공의 미소를 띄었다.

점심식사로는 2호의 최애 식사 떡볶이와 각종 분식류, 부산의 명물 밀면, 물오뎅 등을 마구 흡입했다. 아빠의 밥타령 따위는 우리의 목록에 없었다. 배를 두둑히 채우고 쇼핑에 진심인 2호를 위해 부산의 고래사어묵에 들러 어묵쇼핑을 하고 음료를 테이크아웃으로 받아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의 길거리를 활부하듯 걷는다. 이번 아이템도 성공인듯 했다.

갬성녀 2호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코스는 부산타워이다. 전망대에서 부산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는 이만큼이면 됐다 싶었다. 막상 부산타워에 도착하니 QR코드 퀴즈로 소소한 선물을 받는 계획에 없던 깜찍한 아이템이 2호의 생일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이렇게 온 가족이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몰래 공유하고 결정내린 생일파티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돌아오는 컴컴한 차안에서 티키타카하는 아이들에게 2호의 생일에 진정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하나 틀었다. 


 이 시간 너의 맘속에 하나님 사랑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간절히 소망해 하나님 사랑 가득하기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 얼마나 너를 사랑하시는지 

너를 위해 저 별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고 아들을 보냈네

오래 전부터 널 위해 준비된 하나님의 크신 사랑

너의 가는 길 주의 사랑 가득하기를 축복해

힘든 일도 있겠지만 나 그 때마다 늘 함께 할게

하나님 보이신 큰 사랑으로 나 또한 너를 사랑해

- 이 시간 너의 맘속에, 김수지-






당신의 생일은 어떤 날로 보내시나요? 

일년에 단 하루, 

세상에 태어나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맙다

우리는 너를 응원한다

우리는 너를  지금 그대로 사랑한다

우리는 너와 함께여서 행복하다

생일은 그런 날이였으면 합니다.

그런 생일을 안보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보낸 사람은 없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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