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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r 17. 2023

금요일엔 영상한편

영상에 진심인 우리집 문화2

"안녕하세요. 바라봄 가족의 막내 3호입니다. 

오늘 제가 선정한 영상은 '에그박사'입니다. 이 영상을 선정한 이유는 곤충을 잘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 영상은 <재미있는>관점으로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주 영상선정자는 아빠입니다. 좋은 영상 선정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와~~~아" 

엄마아빠는 부모이기에 어쩔 수 없이 물개박수를 친다. 

"우~~~~우"

1호 2호는 에그박사라는 소리에 이미 한숨이 새어 나온다.


매주 금요일 저녁 온가족이 영상 함께 시간을 가진다. 일명 우리만의 FMT(Family Movie Time)이다. 

우리집 FMT의 원칙이 있다.

1. 온가족이 금요일 저녁시간은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는 시간이다. 가급적 약속을 잡지 않는다.

2. 온가족이 제비뽑기를 통해 리더의 순서를 정한다.

3. 그 주 리더는 금요일 전까지 영상선정을 위해 검색 등을 통해 영상을 선정한다. 

4. 리더는 FMT 진행문에 따라 진행하고 영상선정 이유와 관람객이 바라 볼 관점에 대해 발표한다.

5. 그 날의 리더가 정한 영상을 다른 관람객은 군말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토달지 않고 본다. 그 어려운 걸 매주 우리 가족은 해낸다.

6. 영상을 보고 난 뒤엔 돌아가며 관람 소감을 발표한다. 발표소감은 대부분 간단하다. 


학령전기의 아이들이 코로나를 통과하면서 세명 모두 10대의 자녀로 돌입했다. 여행을 갈라치면 숙소 예약부터가 우리집에 성인 4명인 셈이다. 인원수도 초과되어 방을 두개를 잡든 아니면 독채를 렌트해야 하는 저출산시대에 애국하는 애 셋인 가족의 애환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대처하면서도 아이들이 성숙하고 분별있는 어른으로 자립하길 원한다. 자신의 의견을 소신있으나 겸손함으로 어필하는 내면이 탄탄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원한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가정에서 하기로 맘 먹으면서 생긴 우리집만의 문화로 자리 잡은지 2년째다.

그러나, 매주 영상 선정은 선거날 선거출구조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서로의 눈치전이 늘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으로 허락된 한글로 된 영상을 보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지나가면 다시 5주를 기다려야 하니 이런 기회를 놓칠리 없는 대한민국의 MZ 아니겠는가.

3호의 영상 선정날은 넘치는 충동성과 성장하고 있는 자제력의 10대를 위해 엄마의 재치가 필요한 날이다. 낮에 미리 입을 즐겁게 책임 질 우리의 뇌를 속일 간식을 준비한다. 늘어나는 뱃살의 걱정은 다음날로 미룬다.

 



3호의 마지막 인사와 함께 빔의 영상이 시작된다. 유재석을 닮은 에그박사의 재치와 진행에 가족 모두 조금씩 빠져든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3호를 혹여나 우리집에서 파브르가 나오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될 정도이다.

왕년에 곤충 좀 잡아봤다는 1호는 에그박사의 설명에 취임새와 훈수를 떨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지루했지만 즐거운 양면적인 영상을 보고 불은 켜지 않은 채 다들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걸 문서로 만들어서 사진 박아 보관하고 싶은 엄마의 충동성이 10대 사춘기 아이 마냥 움찔하지만 이내 이성의 뇌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알려주어 삼킨다. 

그렇게 우리의 금요일 밤은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다음 날은 토요일이며 공식적으로 늦잠 자는 날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경호 전도연 주연의 <일타스캔들>을 봤다. 다른 내용도 많았지만 유독 인상 깊은 건 국가대표반찬가게 가족들만의 끈끈한 가족문화. 치킨데이! 영화데이! 입시 최전선의 가정에서 그런 그림을 그려준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이 자라 자신의 10대시절을 돌아볼 때 집, 학교, 학원이 대부분인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언제까지 그것만 한탄할 것인가? 잠시 있는 집에서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 해 본다.


이제 곧 퇴근시간 입니다. 

오늘은 온가족 영상한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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