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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r 21. 2023

너만의 낚시

오늘도 배움의 월척을 위하여

"엄마, 저 내일 아침 8시에 낚시 좀 다녀올게요"

1호는 낚시 광이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진 않았는데 어느 날 지인을 따라간 자리에서 소위 '손맛'을 본 뒤로 1호만의 낚시철학이 생겼다. 물 들어올때 노저으라고 홈스쿨러답게 늦봄부터 한여름이 되기 전까지 낚시 가방을 등에 메고 부지런히 다닌다. 간혹 거리가 있을 때는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하지만 거의 혼자 다닌다. 

낚시 가기로 전 날은 주된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30분쯤 달려 낚시방에서 미끼도 사고 새로운 장비를 아이쇼핑하는 호사도 누린다. 거실 바닥에 낚시대부터 미끼, 두레박, 먹이 숟가락 등 이름도 모르는 낚시 장비를 곰손으로 닦으며 차곡 차곡 정리하며  연애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남자마냥 내일 만날 물고기에 설레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상한 감정이 든다.

 

1호에게 낚시의 행위가 수학의 유형문제라면 평상 시 개념서에 해당하는 붕어학개론, 춘추낚시, 루어낚시의 모든 것, 초짜 바다낚시 등 낚시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서들을 도서관에서 독파한다. 어린 아이가 낚시 코너에서 몇권 없는 책을 보고 대여하는 모습을 보는 사서선생님의 눈은 아이를 한번, 부모인 나를 한번 아이컨택한다. 여가시간은 유튜브에서 낚시 영상을 보고 손으로 그 기술을 공중에 대고 허우적 거리며 감탄사가 연말이다. 가장 최애 TV프로는 '도시어부'이다. 시즌별로 내용을 꾀고 있다. 가족들 앞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물고기에 관한 내용을 준비해서 발표를 하기도 한다. 사실 다른 가족은 물고기며 낚시며 모르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흥분하며 발표하는 1호의 말에 귀담아 듣고 물개박수를 준비한다. 





1호의 낚시 준비물은 생수 500ml, 자일리톨 껌 2개, 붕어학개론 또는 다른 읽을 책 1권이다. 더운 날씨에 파라솔 없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1호가 걱정도 되고 안쓰러워 구명조끼도 입히고 요기꺼리로 샌드위치를 준비해 주지만 싸여진 랩은 그대로 돌아와 담부터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샌드위치 먹지? 배 안고팠어?"

"먹을 때 입질오면 어떻해요? 배 안고팠어요."

집에선 유독 허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1호인데 정말 해석이 안되는 말이다.

"그럼, 넌 거기서 몇시간 동안 뭐하니?"

1호는 답이 없었지만 1호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답을 찾았다. 


붕어낚시2

붕어 낚시가 뭐라고 책까지 보면서 공부를 한다.

책을 보며 아는 것보다 실전에서 아는 것이 더 많아 오늘도 낚시를 하러간다.

집에 어분이 있어서 도전적인 정신으로 어분으로 낚시를 했지만...

역시 새로운 길을 험난한 법 아주 작은 잔챙이만 잡힌다.

옆에 아저씨가 낚시를 끝내시고 떡밥 개어 놓으셨던 것을 주신다.

그래서 잔챙이에서 손바닥만한 것들이 잡힌다.

꿈틀 꿈틀 예신만 계속 온다.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데 들어 올리고 싶다 그래도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 기다리길 잘 한거 같다.

한 세시간 가량 한것 같다.

한번에 두마리씩 올라오는데 가장 쉬운 것이 잔챙이 낚시인 것 같다.

그리고 저녁은 짬뽕을 먹는다.


1호의 낚시 타임은 킬링타임이 아닌 러닝타임이었다. 다만 세상에서 원하고 바라는 러닝이 아닐 뿐.

다른 엄마들이 학원 상담 받으러 이 학원 저 학원 3시간 다닐 동안 1호가 안전하게 낚시할 만 한 곳이 없는지 시간을 들여 남편과 곳곳을 둘러본다.  낚시대만 들고 계신다면 안면식도 없는 분과 너스레를 떨며 낚시 포인트를 물어본다. 난 어쩔수 없는 대한민국 엄마인거다. 

1호가 낚시를 통해서 샌드위치 먹고 싶은 걸 참는 인내도 배우고 인내 뒤에 찐한 짬뽕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1호의 인생에 넘어야 할 타이밍을 마주한다면 낙심 해 후퇴하기보다 낚시를 통해 배운 몰입의 힘과 인내의 열매로 온전히 버텨내고 돌파로 전진하며 훌쩍 넘었으면 한다. 

꼭 몰입의 대상이 수학문제가 영어지문이 국어문제집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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