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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May 16. 2023

바라봄 가족송탄생기

우라여서 다행이고 행복이야

"자, 음역을 한 옥타브만 올려보자!"

"수많은 별 중에 우리여서  다행이야"

"잘했어. 한 번만 더 해보자"

"하, 어렵다 이거"

"수많은 별 중에 우리여서 다행이야"

2시간 넘게 진행 중인 녹음이 순조롭지 않다. 이미 고를 외쳤다면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맞지 않는 무리한 프로젝트였나 새삼 돌아보게 된다.




5년을 홈스쿨로 달려왔으니 결산도 할 겸 추억도 할 겸 생각나는 이유를 대서 <바라봄 가족송>을 제작하기로 가족 간에 합의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가족송의 작업은 합의만 있는 채로 10개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음악엔 소질도 재질도 없는데 곡을 만든다는 건 나라를 세우는 일과 같았다. 그래서일까 우리 다섯 중 누구도 말도 하지 못한 채 연말로 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지인 중 한 분에게 디렉터를 맡기고 회의를 시작했다.  곡이 만들어지는 몇 번의 강의를 들었다. 도통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가족끼리 서로 홈스쿨을 통해 가족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적어보고 지우기를 수십 번 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까지 하자, 도전한 것만 해도 잘했다, 좀 더 커서 도전하자 여러 문장들이 종이 위에 그려지고 지워진다.



"가족에게 감사한 걸 하나씩 나눠보자. 아빠는 적든 많든 너희 스스로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른도 어려운데 너희가 해내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감사하더라" 역시 주도형 남편이다. 먼저 운을 떼주니 사이다 먹고 싶던 답답한 마음이 아우토반이 된 듯하다.

"엄마는 매 끼니 거창한 식사를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잘 먹겠습니다>고 인사하고 다 먹은 뒤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는 아빠와 너희에게 감사해서 식사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주변 친구들 보면 학원이나 친구들 만나느라 정작 가족끼리는 하루에 식사 한 끼도 같이 하지 못하는 집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식사하며 서운한 감정도 나누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서로의 하루를 공유할 수 있어 좋거든" 말을 뱉은 것만으로도 뭔가 이뤄지는 느낌이다.

"난 엄마아빠가 공부만 하라고 하지 않아서 좋아요." 중등공부를 시작한 뒤 부쩍 의기소침 해진 1호가 짧지만 자신의 마음을 나눈다.  

"나는 온 가족 게임하는 거 좋아요." 집안으로 신문물을 제비처럼 계속 물어오는 3호의 관심은 요즘 게임이다. 3호의 성향과 1,2호 육아내공으로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는 없기에 <온 가족배 아이스크림내기 게임>이 흡족했나 보다.

"전 오후에 여유 있어서 도자기도 가고 베이킹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들은 다들 학원 가서 놀 친구가 없는 건 아쉽지만." 6살은 족히 차이나는 꼬마 친구들과 친구사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2호의 사회성과 신뢰성은 동네 엄마들의 입이 증거 한다.




그렇게 세상대학 홈스쿨학과에서 요즘 배우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그 내용들로 작사라는 논문으로 써 보기로 했다. 여러 번의 의논 끝에 드디어 작사가 완성되었다. 음악에 아무런 지식도 없는 우리에겐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도 쓴다.

다행이야(바라봄)

식탁에 모여 소박한 식사에 감사해서 다행이야

불평해도 항상 최선의 요리로 대접받아 다행이야

지치곡 힘이 들 때 어깨를 내어주며 함께해서 다행이야

바쁘고 부족할 때 나무처럼 덮어주고 쉴 수 있어 다행이야

다행이야 하나를 소망하며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서로를 마주 보며 감사할 수 있어서

우리를 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 다행이야

수많은 별 중에 우리여서 다행이고 행복이야

각자의 속도대로 용기 내어 걸어가서 다행이야

우리가 가는 길을 믿어주고 응원해서 다행이야

서툴고 투박한 몸짓에도 감동받아 다행이야

낯설고 떨리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다행이야

다행이야 하나를 소망하며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서로를 마주 보며 감사할 수 있어서

우리를 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수많은 별 중에 우리여서 다행이고 행복이야


우리 가족에겐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으니 눈물날만큼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쓰고 보니 가사가 너무 평범해 보인다. 뭔가 비범함이 없어 보여 과연 이게 곡으로 나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안은채 도저히 더는 못하네를 외치며 조심스레 디렉터님에게 넘긴다.

며칠 뒤 디렉터님과 다시 회의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다시 시작된 회의의 나날들을 보냈다.



두둥!

드디어 듣고만 있어도 눈물 나는 바라봄 가족송이 탄생되었다. 그리고 바라 본다. 바라봄 홈스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봄 홈스쿨의 모토인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라서 다행이고 행복이라고 외치며 살자고.

진심이다. 홈스쿨은 학교시스템을 집으로 옮겨놓은 공간이동이 아니다. 그래서 부모가 원하고 잘 이끈다고 좋은 커리큘럼을 가져다 한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야 말로 부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부모와 자녀가 한 팀으로 각자가 특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기다려주고 응원과 격려로 함께 자라주어야 가능하다.


*바라봄 가족송 <다행이야>는 유튜브 '바라봄 홈스쿨'을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W78yA1ec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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