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건강한 가족 문화 세우기:여행을 대하는 자세 1
"올초 계획대로 6월에 가족여행이 있는거 알지? 이번여행은 매년 한번씩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모시고 가는 여행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몸이 좀 불편하셔서 함께 가시기 어렵다고 하셔. 그러니 우리가족끼리 가는 걸로 계획을 변경하자. 다들 여행지를 생각했어?"
나의 대사로 올상반기 여행의 막이 올랐다.
"아빠는 작년에 우리 잠시 있었던 양양에 몽돌해수욕장 근처 숙소도 좋고 해변도 예쁘고 좋더라. 서핑도 잠시 배워도 좋고."
남편과 내가 이미 부부데이트에서 여행지를 대충 결정한 것은 비밀이었다.
아이들의 "저두요"라는 동의를 얻은 후 제법 사춘기 물오른 1호와 2호의 큰충돌없이 여행지가 결정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온가족이 다시 모였다.
"자, 서로 일주일동안 책이나 인터넷 검색들을 통해 양양에서 하고 싶은 거 알아봤지? 일정을 짜볼까?
먼저 1호는 이동시간이나 경비 중심으로 알아봤다고 했지? 너 낚시 포인트도 알아봤니?"
역시 여행에서 제일 설레는 건 나인지 질문이 줄줄이 비엔나이다. 재촉하듯 쏟아진 질문에 1호의 일그러진 표정이 느껴졌지만 곧 떠나는 여행이여서인지 1호의 감정 절제는 빛을 발한다.
"네, 먼저 양양까지 갈려면 집에서 3시간 정도 걸리니까 아침 일찍 거의 새벽에 출발을 해야 할 것 같구요. 아침은 대충 중간에 빵으로 해결해야 될 것 같아요. 다들 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면서 일정에 맞춰서 동선을 짜야 될 것 같은데 지금 그 얘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당장 며칠 후가 여행인데 동선을 짜 놓지 않은 것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나 역시 며칠 후며 푸르른 동해바다를 보면서 달달이 커피한잔을 드링킹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물을 한모금 마신다.
여행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는 우리집 여행문화이지만 나는 동해바다의 커피에 대한 맘이 급했는지 일정과 경비담당인 1호의 페이퍼를 슬쩍 당겨 내 앞으로 놓고 볼펜을 돌리기 시작한다. 뭐가 잘못되었음을 직시한 남편이 돌아가던 볼펜을 잡아 1호에게 다시 주자 나도 아차싶어 페이퍼를 1호에게 내민다.
"2호는 맛집이나 볼거리 좀 알아봤니?"
멋쩍은 나는 아무일 없다는 듯 넘어가는 엄마의 본성을 거스리지 못하고 자연스레 2호에게로 발언권을 넘긴다.
"네, 양양 중앙시장에 옥수수떡이랑 만석닭강정이 유명하고요, 또 전 벌꿀 아이스크림과 탕후루가 먹고 싶어요. 실로암이라는 막국수집도 유명하다는데 우리 숙소와 거리가 그리 멀지 않더라구요."
2호의 긴 설명과 어필로 대충 먹거리는 정해진듯하다.
"아빠는 가는 길에 강릉까페거리를 한번 가 보고 싶기도 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가 있다는데 먹어 보고 싶어서. 그리고 삼척에 바다기차도 있던데 아빠는 예전에 타 봤는데 너희는 못 타봤으니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여행 계획을 짜다보면 각자의 관심사가 드러난다. 남편은 역시 커피를 사랑한다. 여전히
"엄마는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고 하니 강원도 고성에 가서 통일전망대 관람을 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엄마도 한번도 못 봤거든."
남편을 제외된 모두의 표정은 그리 썩 좋지 않았지만 며칠 후 떠남이 주는 설렘이 커서 큰 반발은 없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의 브레인스토밍 가운데 일정과 맛집, 예산까지 세워졌고 1호의 파일작업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2박3일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