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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Dec 14. 2022

뜨거운 합격

실패를 기념하는 식사

“엄마”

“으...응?”     

14살이 되던 해 3월 1일, 현석이의 사춘기는 시작되었다. 유관순여사의 후손도 아닌데 졸업도 입학도 희미한 홈스쿨러에게 하필 3월 1일이라는 날짜는 여전히 의문이다.  홈스쿨러에게 사춘기가 없다던 선배님의 말들은 적어도 우리집에선 거짓말이었다. 뜨거운 사춘기로 1년을 거침없이 성장하고 이제야 비로소 우리 아들에서 서현석이라는 이름의 주인답다는 생각이 들 때쯤 현석이만의 쭈뼛한 목소리에 심장이 내려 앉는다.     

집을 나간다고 하는 건가.

게임 얘긴가.

낚시에 데려다 달라는 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님 도대체 뭐야.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던 찰라 현석이의 채근하는 목소리에 마음의 소리는 광야로 사라졌다.  


   




두렵고 떨림으로 말하는 아이의 말인즉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오 마이 갓! 

편의점에서 똑같은 사탕에 맛만 선택하는 것도 주저하는 결정장애 현석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먼저 가산점에 드론 1종 자격증이 있으니 그걸 배워야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서둘러 인근의 드론 학원을 찾아 등록을 했다. 

필기는 대부분 각자 공부하니 필기부터 합격하고 서서히 실기를 시작하자는 원장님의 긍정의 말씀을 듣고 돌아왔다. 

필기시험까지는 일주일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시험을 위한 책 한 권을 샀다. 

소목차를 보니 각종 법규와 여러 이름 모를 물리적인 법칙이 담겨 있었다. 

현석이의 눈치을 보니 부담이 백배다. 

괜찮다 차근 차근 하면 할 수 있다는 둥 넌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니 금방 적응할 수 있다는 둥 요즘은 유튜브에 안 나오는 게 없으니 배우는 도구로 아주 좋다는 둥 어디서 주워 들은 모든 말들로 응원과 부담을 동시에 줬다. 

현석이는 정말 본인의 선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식사시간에도 중얼거리고 잠자기 전에도 잊어버릴까 잠시 확인하는 열정도 보였다.


     




드뎌 시험 날이다. 

이제 모든 결과는 신의 손에 달렸다.

컴퓨터에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일주일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67.5점.

아. 한 문제 차이로 불합격이다. 

자신만의 교도소에서 이제 막 출소하여 이제 새 출발해야지 다짐하는 현석에게 운명의 냉대가 영하의 날씨만큼 차갑고 따가워 눈이 아팠다. 좀 열심히 하지라고 다그칠 수 없었다.

불합격이라는 걸고 싶지 않은 이름을 걸고 집으로 돌아오는 현석에게 아무 말도 건낼 수 없었다. 

우리에겐 또 시간이 필요했다. 

현석은 3시간의 밤잠 같은 낮잠 후에야 낯빛은 좀 나아 보였다. 현석의 낮잠 시간 동안 나는 아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면 할 독후 활동을 준비했던 꼬꼬마 시절을 떠올리며 나름의 준비를 했다.      




책에서 읽곤 나중에 꼭 실천해야지 하는 단락이 있었다. 바로 ‘실패를 기념하는 식사’ 

실패를 실패로 놔두지 않고기념하고 기억하며 고치고 새롭게 다가서는 태도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너무 공감되지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할 때 젓가락으로 즐겨하지 않는 원재료와 소스를 파헤치는 작업은 고되다, 그래도 직면해야 된다.     

저녁은 다섯명이 좋아하는 메뉴로 차려졌다. 된장찌개, 제육볶음, 낫또, 현미밥이 아닌 흰쌀밥, 조미김. 먼저 부모의 실패를 유쾌하게 나눴다. 곧이어 실패의 배틀이 이어진다. 실패로의 여행을 떠나 현석의 눈과 입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음식이 뱃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따뜻함과 냉철함이 입 밖으로 나온다. 

“문제 제출하기 전에 뒤로 돌아가기 눌러서 법규를 한번 확인 해 봤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실수 인거 같아요.”

깨달은 지혜를 식구들에게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거면 됐다. 실패는 빨리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식탁 메뉴로 올려 놓는 것이 오늘의 배움이자 만찬이다.  

 뜨거운 합격을 응원한다는 톡에 날아온 응답은 어제의 식사가 성공이었음을 증거한다.

 뜨거운 합격을 위해 응시사이트에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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