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싸우거라, 나는 전략을 썰테니
현실 남매 이야기
"형아 누나 싸워!"
대문을 나오며 3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장본 것이 산더미라 간단한 응대만 하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집안 공기는 썰렁하다.
장본 것을 정리하며 이사태를 어찌 마무리 할지 머리로 지구를 네바퀴는 돌아보지만 결론 나지 않는다.
1호의 분노의 설거지가 시작되어 놔두랬더니 총알같은 답변이 날아온다.
"아니, 내가 먹은거 하고 2호가 먹은거 시킬거야. 점심 지가 먹어놓고 설거지도 안하고. 내가 하면 2호가 한댔어."
분하고 억울함은 식탁까지 넘쳐나 그냥 조용히 나의 할일을 하며 하던 고민을 계속 해 본다.
번개같은 설거지를 마치고 2호의 방에 들어가 설거지 하라고 어명을 내리고는 자기 방에 들어가 연신 쿠션을 두들겨 댄다. 난 여전히 고민을 한다.
2호가 내려와 자기가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를 하니 1호가
"나 자전거 좀 한바퀴 타고 오께" 하고 답변도 듣지 않고 휑하니 나간다.
난 여전히 고민을 하며 장본것을 정리한다. 저녁 메뉴와 나의 힘듦, 언제까지 이 소리를 들어야 하나, 왜 이럴 때 잘 비켜가는 남편 등 끝나지 않을 고민에 고민을 얻는다.
2호에게 한마디 건낸다.
"너거 먹은 건 너가 설거지 해야지"
한마디에 활화산이 폭발하듯 2호의 "오빠가.."타령이 시작됐다.
여전히 머리로 고민한다.
사춘기 절정에 오른 딸과 대화를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고민만 해 댄다.
그렇게 2호의 신종 '오빠타령'을 듣고 한마디 했다.
"2호의 너의 삶을 살아라. 너가 살아가는 너의 인생 길에 오빠를 동생을 친구를 올려놓는 건 너무 아깝지 않냐. 너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 길에 기준을 타인으로 삼고 있냐. 타인이 뭐라 하든 너의 삶을 살아라. 그리고 너가 먹은 그릇 설거지는 너가 하는게 우리집의 규칙이니 설거지는 너가 하는게 맞는거고."
2호는 2차로 '엄마타령'이 시작되었다. 엄마로서 듣지 않고 싶은 말을 들었고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2호의 말을 나의 소중한 인생길에 얹지 않기로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2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근조근 다 했다. 2호의 마음에 얼마나 담겼을지는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이다.
그러는 사이 2호의 설거지가 마쳤고 나의 저녁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말을 나의 소중한 인생길에 얻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책과 아픔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았다.
듣고 싶던 노래를 나의 스타일 대로 무한 반복으로 듣는 전략을 실행한다. 나를 다독거려 본다.
'그래,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내가 걸었던 길이 내가 부딪혔던 벽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가정에게 흘러온 사랑이 무엇보다 더 반짝이고 있어. 지나온 길에 대한 자책도 원망도 후회도 아쉬움도 모두 나니까 아껴주자.'
오늘의 저녁 메뉴 이름은 "눈물의 제육김밥"이다. 다들 잘 먹더라. 난 체할 것 같아 먹지 않기로 전략을 세웠다. 뒷정리를 하고 반납할 책을 들고 네버엔딩 노래를 들으며 도서관을 산책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효과가 좋았다.
마음의 울컥거림과 불안한 호흡을 진정하고 집으로 돌아와 2호의 단어 공부를 관람한 뒤 함께 교회로 갔다.
즐겁게 찬양하고 쏟아내는 기도 후 한뼘은 자란 나를 칭찬하며 매순간마다 전략을 세우며 살아낸 오늘은 바라봄 역사에 남을 것을 확인하며 잠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인생의 고비에 결정적인 전략으로 바알을 섬기는 자를 살해한 북이스라엘왕 예후처럼 하나님됨을 인정하며 전략을 잘 세우는 사람이고 싶다.
...이는 예후가 바알 섬기는 자를 멸하려 하여 게책을 씀이라...(열왕기하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