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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쪼꼬 Sep 08. 2024

우리가 어떻게 만났냐면

내 남친은 나를 이렇게 유혹했다

나는 친구 같은 연인을 항상 꿈꿔왔던 것 같다. 

대학교 때 만난 대만친구가 추천해 준 我可能不會愛你 라는 드라마를 본 이후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그런 연애가 이상적인 것 같다고 줄곧 생각해 왔고, 실제로 나는 현 남자 친구와 4년 정도를 선후배/친구로서 지내고, 7년을 연인으로 지내왔다. 친구처럼 편하지만, 연인처럼 가깝고도 따뜻한 그런 관계가 내 성격에는 더 맞았다. 소개팅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짧은 시간 사람을 알고 마음을 여는 게 내게는 쉽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다. 



남자친구는 사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줄곧 연애를 잘해왔다. 내가 알고 있는 전 여자 친구들만 해도 한 손가락이 넘어간다. 나는 그렇게 연애를 많이 못해본 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남자 친구한테 항상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그런지 이제는 빨리 나에게 맞는 인연을 찾은 것이 더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남자친구는 항상 나에게 '너처럼 나랑 잘 맞는 사람 없어. 진짜야'라고 말한다. 내가 아니었다면 연애는 했겠지만, 결혼은 절대 안 했을 것 같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거짓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와 자신의 사이를 그렇게 긴밀하고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이라고 계속 얘기해 주니, 나는 기분이 안 좋으래야 안 좋을 수가 없다. 



대학교 때 알던 현재 남자 친구는 몇 달에 한 번씩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씩 밥을 사주던 그런 착한 오빠였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시원하게 길쭉길쭉한 것이 내 취향이긴 했지만, 얼굴이 이렇게 생겼었는지, 이런 습관이 있었었는지는 몰랐었다. 가끔 같이 있으면 좀 웃기고,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던 것 같긴 하다. 



그저 그렇게 지내던 날들이었다. 가끔씩 안부를 묻고, 시간이 되면 가끔 밥도 친구들과 같이 먹고, 그렇게 말이다. 그때 당시 나를 헷갈리게 했던 썸남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현 남자친구에게 종종 묻곤 했다. 썸남한테 매일 전화가 오는데 이거 뭐냐고, 이렇게 얘기하던데 이거 뭐냐고 말이다. 나중에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는데, 남자친구는 그 당시 그렇게 그 썸남이랑 잘 안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문득 내가 다른 남자랑 만나는 건 못 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일부로 질투를 유발한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현재 남자친구에게 나의 존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해 준 그 썸남에게 고맙기도 하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바뀌는 건 쉽지 않다. 남자 친구는 한두 달에 겨우 한번 만나던 나와의 횟수를 더 늘리기 위해, 내 친구들과의 동행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친구들이랑 밥을 먹거나 놀러 나가는 날이면, 항상 같이 따라왔던 것 같다. 그것도 한 달 넘게. 옆에서 조금씩 그렇게 어필했지만, 나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고백을 할 때에서야 아차 싶었다. 사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조금 혼란스러웠을 뿐. 언제나 좋은 오빠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재미있고, 그랬다. 그의 옆에는 항상 여자친구가 보통 있었기에, 이성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적은 없었었다. 



근데 또 모른다. 그렇게 고백을 받았을 때, 결국은 한 번 만나보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남자 친구는 '내가 행복하게 해 줄 자신 있어. 한번 믿어봐'라고 말하며, 이 고백 지금 거절하면 우리 친구고 뭐고 다 없는 거야. 나는 이런 감정으로 너랑 다시 친구 못해.라고 선언했다. 



사실 핑계일지 모른다. 그냥 오빠라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이 남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걸지도. 그렇게 내민 손을 결혼식까지 잡고 있을지도 23살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웃기게도, 남자친구는 항상 알고 있었다고 한다. 나랑 결혼까지도 하게 될 것을 말이다.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여자랑은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겠다는 그런 확신말이다. 



가끔은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 있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말만 잘하는 건가. 허언증인가.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하지만, 또 말이 주는 힘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얘기하고, 그 얘기를 들으면 또 그렇게 될 것만 같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일들도 많다. 우리는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대학생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 그냥 그 사람자체 하나 보고 만났지만,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학생에서 취준생, 취준생에서 회사원 그 사이 수험생 또 몇 번의 취준생 생활을 같이 지냈고, 돌아보면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서로 이해하면서 한 번도 큰 싸움 없이 지금까지 평온한 호수 같은 연애를 지속하고 있다. 약간의 서운함 같은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그 이유는 모두 내게 있다'는 남자 친구의 신조가 평탄한 연애에 한몫한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평탄한 호수 같은 연애를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삶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분과의 결혼을 다음 달인 10월에 한다. 

앞으로 생생한 그와의 신혼후기를 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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