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영 Sep 04. 2024

불안과 얼음땡

불안이 찾아올 때면, 나는 종종 ‘얼음땡’ 놀이를 떠올린다. 내가 얼음이 된다는 것은 내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휘말리게 되면, 나는 그 감정에 집중하며 겉으로는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내 속은 뒤죽박죽 혼란스럽다.

내가 얼음이 되었을 때, 나 자신을 추스리려는 마음에서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게 된다. 불안으로 인해 마음을 닫아버리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너무 차갑다고 느끼거나, 심지어 기분이 나빠 보인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 오해는 나를 더욱 얼음 속에 가두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점점 벌리게 만든다. 그러나 내면 깊숙이에서는, 그저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과 동시에 누군가 따뜻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녹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얼음을 녹이는 힘이 외부의 누군가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나는 얼음이 된 시간 동안, 나 자신에게 먼저 따뜻함을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차갑게 만들지 않도록, 내 마음을 조금 더 부드럽게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결국, 불안을 직면하면서도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이 나를 얼음으로 만드는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땡”을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함, 그것이야말로 불안과 공생하는 법을 터득하는 첫걸음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얼음과 땡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얼음이 된 시간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그 얼음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불안이라는 감정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다. 불안이 나를 얼음으로 만들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따뜻함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렇게 나를 녹여줄 수 있는 힘은 결국 나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예고 없이 변하고, 오늘 나에게 중요한 이가 내일은 아무렇지 않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타인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나 자신에게서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불안과 마주한 순간, 얼음이 된 나 자신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을 찾고, 그 힘으로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