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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Nov 24. 2024

어쩌면 공황발작

몇 날 며칠 쌓인 피로와 분노는 결국 나를 한계점으로 몰고 갔다. 며칠 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자정이 넘기 직전에야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온몸은 탈진한 상태였지만, 머릿속은 온갖 울분으로 가득 찼다. 그 울분을 풀 새도 없이, 다음 날 아침 또다시 출근을 해야 했다. 피로와 불만이 겹친 상태에서 맞은 아침은 유난히 잿빛으로 느껴졌다.


출근길 내내 무언가가 틀어질 것 같은 불길함이 따라다녔다. 전날 야근으로 인한 피로와 불안감이 얽히면서 내 호흡은 점점 가빠졌다. 직장에 도착한 뒤에도,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겨우 하루를 견뎌내고 퇴근했지만, 그날의 업무 끝에는 단체 워크숍 일정이 잡혀 있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나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워크숍 동안 나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다. 사람들의 대화는 마치 먼 곳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했다. 단체로 모인 그 자리는 숨 막히게 답답했고, 오직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나 도망칠 용기도 없었고, 어쩐지 느껴지는 책임감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억지로 자리를 지키며 마음속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집에 돌아왔을 땐 이미 한계였다. 몸은 침대에 쓰러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요동쳤다. 악몽에 시달리며 밤새 식은땀을 흘렸다. 깨어났을 때는 무력감에 짓눌린 채, 내가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대로 살고 싶지 않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치 늪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


다음날 아침,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거울 속의 나는 더 이상 나 같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또 출근길에 나서야만 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그리고 아마도 내일. 이런 날들이 계속될 생각에 가슴이 조여왔다.


“이제는 정말 뭔가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 삶의 흐름 속에서 홀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도 이 늪에서 빠져나가려면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늪에 영영 갇혀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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