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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스스로에 대한 제한적인 믿음은 무엇인가요?

by 최은영

어느 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생각을 붙잡고 끝까지 따라가 보니 도달한 곳은 ‘결핍’이었다. 내가 쓴 글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결핍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글로 꺼내어 놓으면 내 안의 결핍도 점점 옅어지는 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삶이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이다. 멀리서 보면 온전해 보였던 내 삶의 풍경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곳곳에 빈틈과 결핍이 존재했다. 한때는 남들보다 빠르게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이 완벽한 삶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삶은 마치 구불구불한 자전거 도로 같은 것이어서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며,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감정,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을 품는 데 있다는 것을.


결핍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본질은 같다. 사랑, 인정, 안정감, 성장 등 무엇으로 나타나든, 그것은 내면의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갈망에서 비롯된다. 결핍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제한적인 믿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핍의 본질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가로막는 믿음과 마주하게 된다.


나의 가장 큰 장애물은 “지금의 나로서는 잘할 수 없다”는 믿음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인생의 조력자가 기적적으로 나타나 “이제 같이 시작해 보자!”라고 외쳐주길 기다렸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런 극적인 순간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묶으며 완벽한 순간을 기다렸지만, 준비는 시작한 뒤에야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조건이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미루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들어가며, 동력은 점점 사라진다.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이지만, 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나를 자주 멈추게 했다. “만약 내가 이걸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만약 내가 망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 때문이다. 익숙한 안정감을 잃을까 두려워 변화는 늘 미뤄졌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마주하지 않으면 원하는 성장과 발전은 결코 이룰 수 없었다. 실패는 나를 가르치고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진정한 실패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결국 고여있게 되니까.


변화는 불안하지만, 그 속에는 성장의 기회가 있다.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대신,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를 품기로 했다. 변화는 내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들어줄 동반자다. 변화는 내가 가진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더 많은 선택지와 가능성을 열어준다. 불확실성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바라볼 때, 변화는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과정에서 내가 넘어지더라도, 적어도 재미있는 실패담 하나는 얻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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