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내 감정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편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고, 내 기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아는 편이다. 억지로 나를 속여가며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질문을 곱씹을수록, 나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것이 정말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됐다. 나는 내 안에서는 솔직한 편일지 몰라도, 타인 앞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갈등을 피하는 사람이었다. 꼭 그래야 한다고 배운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익숙했다. 어떤 대화에서든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위치에서 내 감정을 조율하는 일이 몸에 배어 있었다.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대화를 조정하고, 분위기에 따라 내 말투와 태도를 바꾸었다. 그게 사회적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맞춰가는 동안 나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꼭 이 말을 해야 할까?’, ‘이 말을 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을까?’,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말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삼켜졌다.
그러고 나면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말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뒤늦게 억울함과 후회가 찾아왔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솔직해지려면 단순히 내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다. 솔직함은 그 감정을 적절한 순간에 표현하는 용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늘 그 적절한 순간을 놓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나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은 때때로 충돌한다. 상대를 먼저 고려하다 보면 내 감정은 뒷전이 되고, 나를 우선하면 어쩐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 사이에서 나는 조심스러워지고, 결국엔 침묵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침묵이 쌓일수록, 나라는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는 기분이 든다.
솔직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갈등을 피하려 하고, 여전히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그건 내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고, 쉽게 바꿀 수 없는 성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알고 있다. 내 감정을 계속해서 뒤로 미루다 보면, 언젠가는 나조차도 내 진짜 목소리를 잃어버릴 거라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는, 아주 조금이라도 더 용기를 내보려 한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면서도, 내 감정을 너무 쉽게 덮어버리지 않는 연습. 솔직함과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태도가 아닐까.
다음번에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조금 더 머뭇거려도 좋으니 끝내 삼키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