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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문백답

질문 5. 언제 가장 나답다고 느끼나요?

by 최은영

나다운 순간은 감각적인 경험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내면의 확신에서 비롯되는 걸까. 한참을 생각했다.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살펴보니, 그 안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진다는 것.


어떤 일이든 내가 해결 방식과 과정의 주체가 될 때, 나는 온전히 몰입한다. 문제를 마주할 때, 내가 질문을 던지고 나만의 논리로 해답을 찾아갈 때, 생각의 흐름이 자유롭게 확장될 때. 그럴 때 나는 생동감 있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정해 놓은 방법을 따라야 할 때, 혹은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을 강요받을 때, 그 순간부터 나는 단순한 수행자가 된다. 내 사고는 정지되고, 나다움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나다움이란, 외부에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흘러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을 가감 없이 꺼내고, 감정을 여과 없이 흘려보낼 수 있을 때. 나를 증명하거나 다듬거나 해명할 필요가 없을 때,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내게 던지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대화는 목적을 잃고, 관계는 피로해진다. 그리고 나는 점점 본래의 모습을 잃는다.


나다움이란 결국,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내 선택이 존중되고, 내 사고가 멈추지 않으며, 내 존재가 제한되지 않는 것. 그리고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성공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성공을 어떤 외적인 성취로 정의하지 않는다. 내게 성공이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다시 말해, 나의 선택이 보장되는 삶이다.


나는 언제 가장 나다운가?


아마도, 내가 나의 방식대로 살아갈 때.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이 허락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가 결정할 수 있을 때.


그 순간들이 쌓여, 나는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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