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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문백답

질문 9. 매일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by 최은영

환율이 내려가길, 주식이 오르길.

오늘도 동료들과 한바탕 웃으며 수다를 떨길.

쇼핑할 때 갖고 싶었던 물건이 세일 중이길.

요가를 마치고 개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길.

가족과 함께 더 자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길.

고심 끝에 고른 영화나 책이 재미있길.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글이 써지길.

로또 번호를 확인하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적이 일어나길.

동화 공모전에서 좋은 소식을 듣길.

운명의 반쪽을 영화 같은 순간에 만나길.


나는 기대한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나는 이런 크고 작은 기대들 속에 머문다. 어떤 날은 바라던 대로 일이 풀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때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런데 기대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 날에도, 뜻밖의 기쁨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내 생각이 났다며 오랜 친구가 연락을 해올 때.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을 받을 때.

비 온 뒤, 건물 사이로 무지개가 살짝 얼굴을 내밀 때.

퇴근길, 하늘을 온통 물들인 노을에 발걸음을 멈출 때.

어느 날 문득, 기분 좋은 밤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줄 때.

창밖 야경이 반짝이며 이유 없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때.


이런 순간들은 내가 계획한 것도, 기다린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선물이 되어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기대가 늘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대가 있기에 내일을 상상하고, 삶을 조금 더 밀고 나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니 때로는 하루가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무지개 하나, 노을 한 조각, 스치는 바람 한 줌에 기대어 본다. 지쳐서 힘이 들 때도, 그런 작은 것들이 문득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기운을 차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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