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과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친구가 치아 교정을 하고 와서 오백만 원이 들었다는 말에 그 어린 마음에도 ‘이 직업, 괜찮은데?’ 하고 생각했다. 중학생이 되어 유학을 떠나면서는 의사가 되는 것이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내가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목표가 분명해지자, 길도 단순해졌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노력하는 과정조차 의미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나와 잘 맞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손을 쓰는 일이 즐겁고, 작은 디테일을 완성하는 순간이 만족스러웠다.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종일 컴퓨터와만 대면하는 직업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내 손을 거쳐 누군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보람이 되었다.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이 드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유학을 떠난 순간부터 마음은 늘 한국을 향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를 졸업하면, 치과대학을 졸업하면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더 이상 명분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가기로 단호하게 결심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가족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부모님은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살아왔고, 동생과 나는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했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이제는 내가 돌려주고 싶었다. 내 삶의 많은 선택은 가족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더 깊이 성장할 수 있었다.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서로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했다.
나만을 위해 살았다면 더 많은 걸 성취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혼자 잘 사는 것보다, 함께 잘 사는 것이 훨씬 기쁘다.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
나는 지금의 직장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던 곳이었지만, 뜻밖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웠다. 경험을 쌓을 기회도 많았고, 이 일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순간들도 많았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길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되었다.
몇 년 전, 엄마는 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늘 멀리 있던 자식이 매일 집 앞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게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꿈만 같았다. 그때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