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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0. 오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우선순위 시리즈의 마지막

by 최은영

이달의 마지막 출근이다. 오늘 하루 나로 인해 환자도, 스탭도, 동료들도 조금 덜 고단하기를. 나 역시 그럴 수 있기를. 그리고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기를.


대부분의 평일, 나의 최우선순위는 진료하기 위한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외모와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


진료는 환자의 안면부에서 이루어진다. 긴장을 덜어줄 수 있도록 손과 손목에서 은은한 향이 나도록 신경 쓴다. 담배 냄새가 손에 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오감을 통해 편안함을 전하는 것도 치과의사로서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흐트러짐 없는 외모와 위생 역시 신뢰의 일부다. 깔끔한 머리와 단정한 손톱, 청결한 구강 상태는 기본이다. 작은 부분 하나가 환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 모르기에, 스스로도 늘 신경 쓴다.


담배 이야기가 나오니 떠오른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환자의 구강에서 예상치 못한 향이 났다. 마치 향수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향. 이후로도 같은 향을 가진 환자들을 몇 번 더 만났다. 어떤 치약을 쓰길래 이런 향이 날까 궁금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치약은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향의 정체는 전자담배였다.


규칙적인 수면도 같은 맥락이다. 피로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방심은 사고로 이어진다. 치아 하나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매 순간 집중해야 하고, 확인에 확인을 더해야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진료하며 오른쪽 어깨는 앞으로 굽었고, 가슴 근육은 짧아졌다. 목은 이미 일자목이고, 손목도 가끔 시큰거린다.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이 일을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지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유난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깟 이 하나에, 대단한 사명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내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적어도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그리고 더 이상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때가 은퇴할 때겠지 싶다.


그렇게 오늘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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