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백답 질문에 답하면서 깨닫는 것은, 놀랍게도 나는 대부분의 질문에 바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은 덴마크의 코펜하겐이다. 이 도시는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웅장한 건축물이 아닌, 차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이곳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리되고 사색이 깊어질 것 같다. 아침에는 자전거를 타고 코펜하겐의 골목을 누비고, 오후에는 한적한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저녁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진 작은 카페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휘게(Hygge)"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 단순한 것 속에서 느끼는 따뜻한 만족감, 그것이 코펜하겐의 매력일 것이다.
두 번째로 가고 싶은 곳은 프랑스의 파리. 파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 같은 도시다. 길거리 벽화,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센 강을 유유히 떠가는 배, 밤이 되면 반짝이는 에펠탑. 이곳은 마치 시간이 흐르는 예술관 같다. 파리에서는 즉흥적인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계획 없이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고, 작은 서점에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고, 거리 음악가의 연주를 들으며 낯선 이들과 미소를 주고받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싶다. 밤이 되면 작은 재즈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파리에서는 모든 순간이 즉흥적이면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세 번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빈은 클래식 음악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하지만 이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음악 때문만이 아니다. 이 도시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를 따라 걸으며 마리아가 언덕에서 노래하던 장면을 떠올리고 싶다. 같은 언덕에 서서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그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빈에서는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전통적인 카페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싶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 카페 자허(Café Sacher)에서 오리지널 자허 토르테를 맛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즐겨보고 싶다.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무게와 가치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곳이다.
그 외에도 가고 싶은 곳은 많다.
호주의 시드니에서 오페라 하우스에서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시드니 하버 브리지 근처에서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싶다.
캐나다에서는 세 곳을 꼭 방문하고 싶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는 "빨간 머리 앤"의 배경지를 찾아 초록 지붕 집을 방문하고, 퀘벡에서는 아기자기한 프랑스풍 마을을 거닐며 유럽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 밴프에서는 로키산맥의 장엄한 경관을 감상하며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스위스에서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기차를 타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만개한 도쿄, 온천의 성지 후쿠오카, 설국이 된 삿포로를 꼭 가보고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 로마, 밀라노, 피렌체, 토스카나에서 현지 이탈리안 음식들을 맛보며 여유롭게 오래도록 여행하고 싶다.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오래된 골목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트레킹을 하거나 피오르드를 감상하며,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고 싶다.
여행, 나를 찾아가는 과정
여행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도시들이 있다. 어떤 곳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고, 어떤 곳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지만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이유는 단순하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더 깊이 삶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선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며,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모든 곳을 언제, 어떤 순서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예상치 못한 순간을 경험하며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에 색을 더하고 깊이를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