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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문백답

질문 30. 당신이 요리한 최고의 음식들은 무엇인가요?

by 최은영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나는 요리와 거리가 멀다. 애초에 먹는 것 자체에 큰 흥미가 없었고, 늘 시간에 쫓겼다. 집에 오면 이미 허기가 져 있었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그런 상황에서 느긋하게 요리를 할 여유는 없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게다가 손으로 하는 일에는 감이 빠른 편인데, 이상하게도 요리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대신 내가 요리한 최고의 음식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유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최고의 음식’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식사’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밥을 챙겨 먹는 것도 귀찮고, 식비를 쓰는 것도 아까워서 온갖 원푸드 식단을 시도해 봤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누텔라 식단이었다. “칼로리만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 끼니 한두 숟가락씩 퍼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음식의 부피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 후에도 다양한 원푸드 식단을 거쳤다. 오징어젓갈과 햇반, 오트밀과 간장, 사과, 바나나, 수박, 방울토마토, 포도, 두부, 구운 계란, 고구마, 컵라면,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준 각종 떡, 냉동 핫포켓, 그리고 온갖 과자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지금도 오징어, 떡이나 바나나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때 간절했던 음식이 하나 있었다. 한 시간을 운전해서 한인마트에 가야만 겨우 구할 수 있었던 김밥. 매일같이 “집 앞에 김밥천국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만큼 영양소 걱정도, 비용 걱정도, 시간 걱정도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간편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김밥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참치김밥이나 충무김밥을 고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지금도 선호하는 음식들을 보면, 요리보다는 상차림에 가깝다. 나는 싱싱한 채소와 제철 과일을 곁들인 각종 샐러드를 좋아한다. 후무스, 과카몰리, 차즈키 같은 각종 소스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풍미 좋은 치즈와 햄을 곁들인 바게트 샌드위치를 좋아하고, 씹을수록 다양한 식감과 향이 터지는 타코를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표 계란말이와 미역국을 좋아한다.


언젠가 요리를 조금 더 잘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김밥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영양 균형이 잘 맞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시간 부담이 적은 메뉴들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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