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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문백답

질문 31. 당신이 좋아하는 특이한 다섯 가지는

무엇인가요?

by 최은영

사람마다 저마다의 취향이 있다.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들은 단순한 ‘좋아함’을 넘어, 나의 감각과 기억을 쌓아가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스쳐 지나갈 것들을 멈춰 바라보게 하고, 당연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해 준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1. 와츠인마이백 콘텐츠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가방 속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을 엿보는 것을 즐긴다. 같은 가방이라도 누가 어떻게 채웠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긴 단출한 가방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는 가방도 있다. 가방 속 물건들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보여준다.


2. 그림책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이 아니라, 그림책이 가진 감성적인 요소와 함축적인 이야기의 힘을 좋아한다. 단순한 글과 이미지로도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때로는 몇 문장만으로도 긴 소설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색감과 여백, 짧지만 깊은 문장들. 그림책이 주는 감동은 결코 유치하지 않다.


3. 오래된 영어 원서에서 나는 냄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오래된 영어 원서에서 나는 냄새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낡은 종이와 잉크가 만들어내는 그 묘한 향을 맡으면, 마치 책이 간직한 이야기까지 함께 흡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며, 그 순간마저 향처럼 은은하게 스며들어 더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4. 신경치료

치과 치료 중에서도 신경치료는 가장 까다롭고, 완성도가 중요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신경관을 손끝의 감각과 경험만으로 찾아야 하고, 그 길이 얼마나 구부러져 있는지, 어떤 형태로 뻗어 있는지를 느끼며 정밀하게 신경을 제거한 뒤, 다시 그 공간을 정확하게 채워 넣어야 한다. 어찌 보면 신경치료는 단순한 술식이 아니라, 보물 찾기나 퍼즐을 푸는 과정과 비슷하다. 보이지 않는 길을 감각으로 추적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원래 보물 찾기나 낱말 찾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 내게 신경치료는 그 감각적 몰입과 정교한 완성도가 맞아떨어지는, 가장 즐거운 치료 중 하나다.


5. 수족관

바다를 좋아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각적인 경험. 수족관은 단순히 물고기를 보는 곳이 아니라, 빛이 물속에서 굴절되는 몽환적인 분위기, 유리 너머로 펼쳐진 조용한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수족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분하고 신비로운 감각을 사랑한다. 조용히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생각이 잦아들고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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