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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2. 지난주에는 어떤 승리와 어려움이 있었나요?

by 최은영

지난 한 주는 승리와 어려움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입사 이후, 직장에서 가장 높은 진료 수익을 기록했다. 성취감이 있어야 할 일이었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따랐다.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소진되는 기분이었다. 치료의 질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과잉진료 없이 수익을 높이려면, 손이 빨라야 하고 직원들과 호흡도 잘 맞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실장과의 갈등이었다. 특정 치료 계획과 방법을 강요하는 그녀의 태도는 한두 번은 참고 좋은 말로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세 번은 참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내 치료 방식을 존중해 달라고 단호히 말했다. 경계를 설정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내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 와중에 한 직원이 퇴사 소식을 전해왔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이 일이 나비효과가 되어 연쇄적인 퇴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직원들의 업무량을 줄여줄 수도 없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도 퇴사를 고려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결국 집에서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가 났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피로와 스트레스가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집은 휴식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또 다른 긴장의 공간이 되고 있었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지난주 내내 감정 기복이 심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 모든 문제를 혼자 감당하려고 하면서 점점 고립되고 있었다. 사실 도움을 요청하면 손을 내밀어 줄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내가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나를 가두고 있었던 건 어쩌면 나 자신이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기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나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한 주는 좀 더 균형을 찾고, 경계를 더 단단히 지키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기대어보려 한다. 완벽한 진전이 아닐지라도, 작은 깨달음과 변화가 쌓여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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