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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3. 미래의 가능한 목표를 모두 나열해 보세요.

by 최은영

질문 33. 미래의 가능한 목표를 모두 나열해 보세요.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목표를 실제로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서재 창가에 앉아 찻잔을 들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물 위로 오래된 꿈들이 떠오른다. 저 멀리 정원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계절은 유려하게 흐르고, 바람은 시간의 조각들을 부드럽게 훑으며 지나간다. 문득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고, 또 얼마나 많은 목표를 이루어왔는가.


한때 나만의 드림하우스를 꿈꿨다. 넓은 마당과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창. 감각적인 디자인과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곳. 그리고 지금, 이곳은 단순한 집이 아닌 세대가 모여 사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 형제들, 그리고 아이들이 같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간다. 아침이면 갓 내린 커피 향이 부엌을 채우고, 저녁이면 거실에 모여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삶을 공유하는 법을 배웠다. 단순한 동거가 아닌, 깊은 유대와 사랑이 깃든 삶이다.


그 옆에는 작지만 소중한 북스테이가 자리하고 있다. 책과 커피, 그리고 사색을 위한 조용한 공간. 떠돌이 여행자들이 머물며 쉼을 얻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간다. 한때 막연한 꿈처럼 보였던 이곳이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위안을 주는 장소가 되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은 결혼 후 1년간의 안식년을 보낸 것이었다. 멈추는 것이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봄에는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향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을 거닐며, 고풍스러운 돌집이 점점이 박힌 언덕을 따라 걸었다. 한적한 마을 광장에서 여유롭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이곳의 공기가 내게 새로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곤 했다. 여름에는 프로방스로 향했다. 라벤더 밭 사이를 거닐며 향기를 들이마시고,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자연의 색채에 흠뻑 빠졌다. 가을이 오자 나는 교토로 떠났다. 단풍잎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붉게 물든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럽의 도시들을 순례하며, 그곳의 불빛 아래에서 겨울을 맞았다. 그 여행들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연습이었다. 낯선 언어를 익히고, 타인의 삶 속에 녹아드는 경험. 그것이 내 글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내 문장은 국경을 넘어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어떤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또 다른 이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영화가 되어 스크린에 올랐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 나의 삶과 꿈, 그리고 시간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기적이라는 것을.


경제적 자유도 꿈꿨고, 마침내 이루었다.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간다. 넓은 서재에서 글을 쓰고, 영감을 얻으면 훌쩍 여행을 떠난다. 길 위에서, 책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오래전 꿈꿨던 드림카를 타고 낯선 도시를 누비며, 이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끌든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삶은 더 이상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깊고 넉넉하게 흐르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나는 한국과 해외를 아우르는 치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단순히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동료 의사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때때로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의료 봉사에 나서며, 진료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가 쌓아온 경험이 누군가에게 길이 되어준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뿌듯하다.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은, 나와 같은 비전을 품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진리를 탐구하며, 온유함과 자유, 여유가 가능한 삶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의미 있는 여정으로 만들고, 작은 움직임이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무엇보다도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다. 배우자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아이들과 손을 잡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한다.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어가고, 작은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삶. 사랑과 신뢰가 가득한 가정,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충실한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꿈꾼다. 앞으로도 새로운 목표를 품고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감사할 것들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과거의 내가 꿈꿨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어 나를 감싸 안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이 기적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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