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나는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건들과 상처들로 이미 마음은 많이 지쳐 있었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버거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균 수명의 반도 살지 않았는데, 이 삶을 어떻게 끝까지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스쳐 갈 만큼 지쳐 있었다.
그 시간들 속에는 가족의 아픔도, 나 자신의 무너짐도 함께 있었다. 가까운 이들의 건강 문제와 예상치 못한 이별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찾아온 불안과 공황장애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는 사이,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가 세상을 잠식했다가 천천히 물러났듯, 내 안을 가득 채웠던 우울과 불안도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물러갔다.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긴 터널을 지나 평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곳에 서 있다. 모든 것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적어도, 무너짐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