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은 언제였나요?
2023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나는 한강을 떠다니는 크루즈 위에 있었다. 겨울 저녁 하늘은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강물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온 하늘을 가득 메우며 쏟아지는 불꽃. 손에 닿을 수는 없지만, 온 마음을 압도하는 거리. 빛의 조각들이 강물 위를 수놓고, 겨울밤 공기는 터지는 불꽃의 열기로 살짝 떨렸다.
처음엔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쏟아졌다. 지나온 시간들이, 견디고 버텨낸 모든 순간들이 불꽃 사이로 스쳐갔다. 아, 이렇게 살아냈구나. 끝내 무너지지 않고, 이 빛나는 순간에 도달했구나.
그 순간 깨달았다. 삶이란, 이런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고난과 환희가 교차하고, 쓰라림과 벅참이 겹쳐지는 순간들. 버텨낸 시간 끝에, 이렇게 눈부신 장면을 마주하는 것. 그게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폭죽은 곧 사라지고, 강물 위에 부서진 빛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날, 내 마음에 새겨진 건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긴 겨울을 지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이토록 숨 막히게 아름다운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