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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1 - 아홉 번째 첫 만남

by 최은영

2025. 7월


소개팅 두 시간 전. 심장이 쿵쾅거린다. 아홉 번째 첫 소개팅이다. 나는 늘 약속보다 먼저 도착한다. 늦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어디선가 걸어올 누군가를 떠올리며, 머릿속은 고요한 소란으로 가득 찬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보일까.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네는 순간부터, 생각은 쉴 틈이 없다. 방금 웃음은 자연스러웠나. 내가 남긴 인상은 괜찮았을까. 나는 순간마다 나를 지나치게 의식한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낯선 사람 앞에서 나를 설명하고, 상대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가는 일. 여덟 도시를 거쳐왔어도,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삶을 살아왔어도, 여전히 어색하다. 사실 그것은 잠깐 친해지고 곧 떠나보내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딘가에 적응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보단 그저 떠밀리듯, 흘러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 내가 매일 낯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안 건 오래되지 않았다. 표정 하나, 말끝의 떨림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고, 외면하고 싶은 감정까지 읽어버린다. 그럴 땐 내 안의 자의식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나를 심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은 나를 일부러 낯선 곳에 데려다 놓는다. 무언가를 배울 땐 대면 수업을 택하고, 예전 같으면 피했을 모임에도 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소개팅도 한다. 꼭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나를 잃지 않고 설 수 있는 지반을 넓혀가는 중이다.


나는 이제 좋은 사람, 혹은 괜찮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대신, 꾸미지 않고 눈치 보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편안한 쪽을 선택한다. 내 목표는 단순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결핍을 감추지 않은 나인 채로 있는 것. 그게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안겨준다면, 나는 그 방향으로 기꺼이 나아갈 것이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잘 알아야 세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억지로 맞추지 않고, 내 방식대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일. 그걸 배워가는 것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상을 걸어가다 보면, 사랑도 그 발밑 어딘가에 와 있을까.


이번 소개팅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이름과 학번, 그리고 직업. 나는 만남 전에 긴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 상대의 프로필도 미리 들여다보지 않는다. 선입견 없이, 눈앞에 마주한 사람 그대로를 보고 싶다. 조금 구식일지 몰라도, 나는 그게 좋다. 그리고 상대도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엔 어쩐지, 지난 여덟 번과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묻는 일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색함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만남, 서로를 천천히 읽어가는 대화를 나누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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